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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스스로 자기 일 못하는 아이 … 그 옆엔 "여보 물 좀 줘" 아빠 있다

중앙일보 2014.12.25 00:54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성탁
교육팀장
“엄마 나 물 좀….” 식사 중 초등학생 자녀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십니까. 자녀가 한두 명인 요즘 가정에선 엄마가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면 엄마도 화가 치밉니다. 이런 아이들은 하교할 때도 뭔가를 종종 빠뜨리고 옵니다.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잘하는 아이로 기르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자질은 타고나는 게 절대 아니다”며 “부모가 가르쳐야 하는 덕목”이라고 강조합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런 훈육은 만 18~24개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 무렵부터 자신이 누구이고 내 일과 남의 일을 구분해 인지할 수 있답니다. 이 단계에선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습니다. 양말 신기나 옷 입기, 단추 끼우기 등 가능한 것을 하게 하면 아이도 흥미로워합니다. 조금 더 자라면 식사 후 자기가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거나 유치원에 갈 때 입을 옷을 직접 고르게 하는 등 일상에서 습관을 길러줍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런 자세를 익히는 게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해주겠다는 기세로 아이 곁을 떠나지 않는 부모가 많죠. 그런 부모 밑에서 초등학생들도 혼자 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태도를 바로잡으려면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아빠는 안 하는데 왜 나한테만…’이란 얘기가 나오면 결과는 뻔합니다.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 집안 일부터 분담하는 식으로 규칙을 정해 일관되게 지켜갑니다. 잠들기 전 다음날 책가방을 미리 싸놓거나 등교 때 입을 옷도 스스로 꺼내놓게 하다 보면 아이들은 계획을 세울 때의 좋은 점을 깨닫습니다. 자주 깜박하는 아이라면 등교 때 현관을 나서기 전 준비물, 책가방, 신발주머니 등 반드시 챙겨야 할 세 가지를 매일 확인하게 지도합니다.



 공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 교수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습관이 없는 아이들은 자기주도적인 학습도 하지 못한다”며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게 많을수록 아이들이 배울 기회는 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집에서 공부할 때도 엄마가 일일이 참견할 게 아니라 아이가 풀어야 할 문제집의 범위를 정해준 뒤 풀이와 오답체크까지 혼자 하게 기다립니다. 그렇다고 방치해선 안 되고 문제를 푸는지 체크하면서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고 알려줍니다. 엄마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는 아이들이 생각하게 합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구축된 믿음이 단단할수록 스스로 해볼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된답니다. 자신이 부족해 보이지만 항상 지원해주는 든든한 부모가 있으니 뭔가를 시도해봐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는다는 거죠. ‘스스로 좀 해보라’고 다그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해줍니다. ‘엄마는 완벽하진 않지만 너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어.’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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