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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인터뷰

중앙일보 2014.12.23 10:18
"외부 환경의 변화, 세계의 변화에 비해 공직사회는 느리다.느린 제도를 갖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가 뒤처지면 공무원의 미래가 보장되겠나.국가 디폴트(default·부도) 생긴 나라도 나왔는데 공무원들도 그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국가가 뒤처지면 공무원의 미래 보장 안돼
100세시대, 정년연장+임금피크제 할 수 밖에

이근면(62·사진) 인사혁신처장은 취임 한 달(19일)을 맞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한 달의 소회를 이렇게 압축했다.그는 '인사혁신 3개년 계획'을 짜기 위해 집무실에 취임 첫날(11월19일) D-100 입간판을 세웠다.



이름의 한자가 '뿌리 근(根) 힘쓸 면(勉)'이라면서 "이름 대로 진짜 힘들게 산다"고 소개했다. 삼성에서 37년간 인사 전문가로 일하면서 창업·신설 조직만 맡았고 삼성 SDS 등 그가 손댄 기업마다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초대 인사혁신처장이 차관급이니 앞으로 장관급으로 커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직급이 일을 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이후 '청년we함'이란 시민운동을 했다는 그는 "60세가 넘어도 16세(이팔청춘)처럼 생각하면 16세고, 16세라도 60세처럼 생각하면 60세"라고 말했다.요즘 김광웅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이 쓴 '대통령의 인사''통의동 일기'등을 읽고 있다고 한다. 과거 정부의 인사 혁신 역사를 살펴봐야 지금 정부가 실수를 줄이고 실패한 게 있으면 이유를 되짚어보고 같은 실패와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한 달간 주로 도시락으로 조찬·오찬·만찬 릴레이를 강행군하며 각계 각층을 만나 의견을 들었는데.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당장 해야 할 것과 길게 할 것의 우선 순위 정하고 뚜벅뚜벅 우보(牛步·소걸음)로 오래 걷겠다."



-혹시 혁신의 발걸음이 느려진다는 뜻인가.



"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민간인)'이 아니고 '나공(나도 공무원)'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 공무원의 역량과 미래상, 이들의 접점을 맞추는 일, 그것을 향해 가야한다.지난 한 달간 느낀 민간기업과 공무원 사회의 가장 큰 차이다. 처음엔 공무원들이 보고할 때 하루에도 열번이상 '안 된다(NO)'고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HOW) 하겠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사무실에 입간판을 내건 것을 보니 군사작전이나 새마을 운동하는 분위기인데.



"준비된 상태에서 온 것은 아니지만 각오는 하고 왔다.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다. 진짜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직에 들어왔다. 많은 분들이 민간 출신이 공직사회에 순치(馴致·길들임)되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나에겐 초심(初心)도 있다. 입간판은 나의 초심을 다잡는 상징 같은 것이다. 100일 안에 실천할 계획를 짜는 것으로 봐달라. 법과 제도를 검토해 실천 계획을 짜고 있다."



-시쳇말로 '일반미(민간)'와 '정부미(공무원)'의 가장 큰 차이는.



"한달간 '정부미'를 먹어보니 공무원들의 능력과 잠재력은 결코 민간기업에 뒤떨어지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국가전체로 보면 기업이 먼저 생존위기를 겪었다. 재벌 대기업 50%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삼선전자 휴대전화는 당시 세계 11위였으나 지금 1위다. 그 때의 1∼10위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거의 사라졌다.우리 정부는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얼마나 올라 갔나.상당히 많은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아직 문제가 있다. 세상이 글로벌하고 스마트하게 변해가는 시대에 공무원들의 의식과 환경도 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망한 기업 종업원이 어떻게 됐나.공직이 느린 이유는 공공성과 절차적 정당성 때문이다.예컨대 계획을 세워 실행하려면 1년 후에나 가능하다. 전국민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서비스 기능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부분이 있다.국가 경쟁력 부문에서 효율성을 좀 더 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 "



-IMF 이후 국민은 정리해고를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였는데 공무원들은 일을 안하거나 못해도 꼬박꼬박 봉급 받아가는 것을 국민은 이해를 못한다.



"공무원이 될 때 헌신과 봉사의 목표가 있었을 테고 직업의 안정성도 고려했을 거다.그런데 국가가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은 유지가 안 된다.국가 디폴트가 생긴 나라들도 나왔지 않나. 우리 공무원들도 그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일 잘하는 공무원은 대접해주고, 성과가 낮은 공무원(저성과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그럼에도 누구를 자르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나는 삼성에서 사람 잘 안 잘랐다.'인사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라는 것이 제 인사철학이다. 인사는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없는 인사는 없다. 수많은 경영관리의 기법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국가공무원법에 직권면직 조항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용이 잘 안 된다.



"인사 업무를 37년간 하면서 보니 누구나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더라.향상심(向上心)을 촉발하는 환경이 되면 누가 열심히 안 하겠나. (일못해 자르는 문제는)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국민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면 공복(公僕) 자리 유지가 안 된다. 혁명적 조치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국가도 국민도 공무원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보가 공개된 스마트 시대에는 '+알파'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알파형 인재'가 많은 조직·국가·개인은 성공한다."



-'갑의해(甲午年)'가 가고 '을의해(乙未年)'가 온다고 하는데 '공무원은 국민의 상전 노릇하고 만년 갑'이란 비판도 있다.



"서로 존중해 갑을이 없는 세상이 좋다. 공무원의 갑질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국민이 '수퍼갑'인 시대가 올 거다."



-드라마 '미생(未生)'의 주인공 장그래 같은 비정규직 국민인재를 공직사회에 얼마나 많이 받아들일 것인가.



"개방형 직위에 민간의 비율을 20% 이상 늘려달라는 부처도 있다. 외부 유입 인재는 고사-보호-주류 진입-성과내기의 과정을 거친다. 공무원은 국가가 키워낸 인재다. 민간과 공직의 쌍방향 개방이 일어나야 한다. 국민인재가 공직에 들어오고 공무원도 민간에 가야 한다."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언제부터 시행 가능한가.



"사회적 트렌드가 100세 시대다. 평균수명이 82세라면 기대여명은 사실상 이미 100세다. 시행 시점이 언제냐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100세 시대에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내년부터 공무원 연가 보상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연가보상비를 성과급으로 돌리고, 다른 부처에도 전면 확대할 의향은.



"전 공무원에 확대되길 희망한다. 다른 부처에서도 연가를 가고 싶다면서 정원을 늘려 달라고 하더라. 당장 전면 확대는 안 되더라도 연가 일수 확대는 가능할 것이다. 연가를 가면 보상비를 안 줘도 되니 생기는 돈(연간 1550억원)으로 대체 근무자를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잡 쉐어링(Job sharing) 효과가 가능한 것이다. 정책 부서는 대체 인력이 필요 없겠지만 경찰·소방 등은 대체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무원들이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많이 하면 내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되고 자비로 해외 여행을 많이 하면 (세금 안 들이고) 견문이 넓어져 '1석10조'효과가 기대된다."



-공무원들이 연금개혁에 저항하면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



"일부 그런 측면이 있다.107만명 공무원은 한시도 자신이 공무원이란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누구든지 자기 것을 내놓는 게 쉬운 의사결정은 아니다. 많은 아픔과 다듬는 과정을 거쳐 신뢰받는 공무원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 믿는다."



-공무원연금개혁은 해를 넘기면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닌가.



"개혁은 할 수 밖에 없고 하게 될 거다.국민과 이해당사자의 공감을 얻어 슬기롭게 가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합의되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잘 조정 될 거라 본다. 공무원사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연금개혁이 끝은 아니다.그 너머를 봐야 한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연금 개혁 너머가 가야할 길이다.과거에 훌륭한 공무원이 많아 국가 발전을 해왔는데 지금 공무원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문제가 어디서부터 생긴 것인지, 이 시대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가치와 생각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다."



장세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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