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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고 말하게" … 1761만 불러모은 김한민 리더십

중앙일보 2014.12.23 00:13 종합 28면 지면보기


생존이 화두였던 한 해가 지나간다. 불안하고 위축된 현실이라 해서 모두 숨죽인 채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굳은 의지로 문화계의 새 판을 짠 주역들을 소개한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뻔한 소재’라 여겼던 이순신 장군의 위기 극복 리더십을 재조명해 국내 개봉 영화 역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사진작가 노순택, 소설가 황정은, 그리고 TV 예능의 새 틀을 만든 ‘비정상회담’. 이들에게서 다시 일어설 희망을 본다.

새뚝이 ② 문화



올해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이순신 열풍의 중심에는 ‘명량’(7월 30일 개봉)이 있다. 이 영화는 1761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이 관람하는 사상 초유의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은 물론이고 ‘이순신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 나오는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따르는 것이고 그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순신의 대사는 4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현재형 울림을 낳았다.



‘명량’은 개봉 첫날 관객 수(68만 명), 일일 최다관객 수(125만 명) 등 흥행과 관련한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단시간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직전에 국내 극장가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2009)가 동원한 1362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었다. 개봉 초기부터 중장년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세대의 관객이 극장에 모인 결과다.



 이런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까지 김한민(45) 감독은 ‘왜 지금, 이순신이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영웅의 삶을 스크린에 옮기는 건 그만큼 무게가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연출·제작·공동각본을 고루 맡은 김 감독은 굵직한 승부수를 여럿 던졌다. 상영시간 126분의 절반인 한 시간가량을 해전(海戰)으로 채운 건 한국 영화에서 유례가 없는 시도다.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에도 1년 넘게 공을 들였다. 제작진을 다그칠 때면 “앞으로 이 영화를 통해 이순신 장군을 기억할 어린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극 중 이순신의 대사인 “된다고 말하게”를 반복했다. 그는 무엇보다 명량해전 당시가 이순신 장군의 평생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순신이 어머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자괴감을 딛고 왜적에 대한 두려움에 벌벌 떠는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에 나서는 모습을 통해 자기 극복과 희생이라는 리더십의 핵심을 오롯이 전달했다.



 김 감독이 이순신 영화를 꿈꾼 건 앞서 사극 ‘최종병기 활’(2011)로 767만 관객을 모으는 성공을 거두기 한참 전부터다.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충무사 등 곳곳의 이순신 유적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이순신 장군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 지금 시대에 이순신 같은 인물이라면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이 되리라고 봤다.” 개봉 직전에 그가 ‘왜 지금, 이순신이냐’에 대한 답으로 들려준 말이다. 한산대첩·노량대첩 등도 스크린에 옮기고 싶다는 게 “앞으로 ‘이순신 영화’ 감독으로만 불려도 좋다”는 그의 바람이다.



이은선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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