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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경제 회생, 노사정 대타협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4.12.23 00:03 종합 38면 지면보기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경기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제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게 목표다. 상대적으로 단기 부양에 방점이 찍혔던 올해와는 달리 구조개혁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게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고 본 것이다. 정부가 특히 ‘노동시장·공공·교육·금융’을 ‘4대 핵심 개혁 대상’으로 꼽은 것도 그래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들 4대 분야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미래가 없다”며 “(구조개혁은) 지난한 길이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보는 내년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3.8%로 잡았다. 정부가 새해 예산안 발표 때 제시한 4.0%보다는 0.2%포인트 낮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두권이다. 고용·물가·경상수지 등 거시지표도 괜찮다. 올해(65.3%)보다 높은 66.2%의 고용률, 담뱃값 인상 등으로 올해보다 0.7%포인트 오른 2.0%의 물가상승률, 유가 하락 등에 힘입은 82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정부의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보기에도 이런 지표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유가 급락에 따른 러시아 등 신흥국 위기, 내년 상반기로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 유럽의 경제 침체 장기화,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엔저의 가속화까지 살얼음판투성이다. 이들 중 어느 하나만 잘못 대응해도 우리 경제가 크게 곤두박질할 수 있다. 안을 보면 더 어둡다. 고령화·저출산에 대한 공포와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경제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소비·투자심리는 이미 바닥이다. 스마트폰·조선·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안팎의 이런 고질적·구조적 악재를 이겨내려면 보통의 처방으로는 안 된다.



 정부가 새해 중점 과제로 공공·인적자본(노동·교육) 부문의 체질 개선, 금융·실물의 선순환, 내수·수출 균형 경제 달성 등 3대 목표를 내세운 것도 그런 고심의 결과물이다. 내수를 활성화해 수출 의존구조에서 벗어나는 건 우리 경제의 오랜 과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금융·교육·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과감한 규제 완화가 방법이다. 정부는 “풀 것은 다 풀겠다”는 각오지만 문제는 역시 국회다. 경제 활성화 법안이 국회 문턱에서 좌절되는 상황이 되풀이돼서는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최대 관건은 역시 구조개혁, 그중에서도 노동시장개혁이다. 노동개혁에는 정년 연장, 통상 임금, 비정규직 보호, 고용 유연성 제고 등 초민감 사안이 몰려 있다. 잘못 손대면 한국 경제를 통째로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지난 주말까지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정부는 합의가 안 되면 정부안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지만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수 있다. 노사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정부는 어느 일방의 희생이 없도록 지원해 대타협을 꼭 이뤄야 한다. 한국 경제의 앞날이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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