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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창조의 길, 창신의 길

중앙일보 2014.12.23 00:02 종합 38면 지면보기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주 베이징을 다녀갔다. 박근혜 정부가 부르짖는 ‘창조경제’와 시진핑의 중국이 외치는 ‘창신(혁신)경제’의 접점을 찾아 한·중 윈윈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일 거다. 표현만 다를 뿐 둘 다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플랫폼과 동력을 찾자는 의미다. 최 장관은 과연 중국에서 창조경제의 길을 찾았을까? 난 그가 나눈 두 번의 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는 19일 오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관춘(中關村)을 찾아 현지에서 창업한 한국 기업인들과 나눈 도시락 간담회다.



 - 중국 당국에 한국인 창업 기업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최 장관)



 “중국은 인터넷에서 2008년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통신) 지식이 쓸모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될 정도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아직도 그걸 모르더라.”(테크리트 안승해 대표)



 - 중국이 인터넷에서 앞서가는 이유는.



 “땅은 넓은데 유통 시스템이 낙후돼 인터넷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도 빨리 (인터넷 중심의) 그 길을 가야 한다.”(오병운 SnO 인베스트먼트 대표)



 두 번째는 같은 날 오후 최 장관이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45) 최고경영자(CEO)와 나눈 대화다.



 - 한국의 벤처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최근 중국에서 ‘인터넷 사유(思惟)’가 핫 이슈다. 인터넷 사고로 산업을 봐야 한다.”(레이쥔)



 인터넷 사유란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46) 창업자가 2011년 인터넷 시대 산업의 근본적인 생태 변화를 예고하면서 한 말이다. 현재 중국 기업의 경영 혁신 바이블로 통한다. 현대는 인터넷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개방·평등·협력·윈윈의 관계로 연결된 상업 민주화 시대이며, 모든 기업이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생존한다는 게 핵심이다.



 - 조직 문화는.



 “수평적이다. 직급은 CEO-각 팀의 리더-직원으로 구분된다. 확신이 가는 사람을 엄격하게 뽑고 입사하면 속박하지 않는다. 출퇴근, 복장도 자유다. 엔지니어 여친이 ‘휴대전화 정지 화면을 물고기가 헤엄치는 동적 화면으로 바꾸면 재미있겠다’고 하면 바꾼다. 이렇게 우리는 매주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한다.”



 이들 대화를 요약하면 중국은 이미 젊은 기업인들이 나서 ‘인터넷 사유’라는 길을 제시하고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며 ‘창신경제’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모르거나 혹은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50)과 샤오미의 레이쥔이 인터넷 사유로 각각 아시아 최고 부자에 오르고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는 걸 보면서도 그렇다. 창조경제는 패러다임 전환이고 선도형이며 상상력과 창의력이 경쟁력이라고들 한다. 수십 년 전부터 들었던 ‘개념 경제’다. 최 장관도 이를 모르진 않을 거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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