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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만으로 인권 박탈 선례” vs “음모 실행되면 처벌 못해”

중앙선데이 2014.12.20 23:58 406호 4면 지면보기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한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해산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갖는 헌법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중앙SUNDAY는 이를 주제로 생각이 서로 다른 헌법학자 두 명을 초청해 대담을 진행했다.

[통진당 해산 이후] 헌법학자들의 법률적 평가

 진보 성향의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헌재가 통진당의 목적(강령)이나 활동에서 나타난 명백한 증거도 없이 ‘내심의 의도는 그럴 것’이라며 판단한 것은 향후 굉장히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증거 하나하나를 보면 불충분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통진당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충분한 위험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진당 사건에서 명백한 증거란 테러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하다고 판단한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소수의 입장에서 다수의 전횡 막았어야
▶김종철 교수=이번 헌재 결정은 심하게 얘기하면 유신이나 5공 시절 간첩 조작 사건과 같은 느낌을 준다. 법 원칙은 명확한데 적용은 자의적으로 한 인상이 매우 강해 당황스럽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존폐 여부는 선거 등 정치적 과정을 통해 국민의 손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하고 헌재가 결정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헌재는 엄격한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이러한 사건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다시 공을 넘겨주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의 논거는 매우 정치적이란 인상을 줌으로써 헌재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특히 소수자의 입장에서 다수의 전횡을 통제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장영수 교수=법과 정치를 구별해야 한다. 헌재는 정치적인 호불호 또는 어떤 것이 바람직하냐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법적 판단을 한 것이다. 이번에 ‘기각’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조차 정부가 통진당에 대해 해산을 청구한 것 자체는 적법하다고 봤다. 또 기존에 중도 또는 진보로 분류되던 재판관들도 통진당은 해산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치적인 성향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정당해산 여부를 선거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헌재에 위헌정당 해산 권한이 부여돼 있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제소가 됐다면 오히려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직무유기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밝혀졌고 선례가 만들어졌다.

 ▶김종철=법적 절차이지 정치적 절차로 가선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적용됐어야 할 법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자주파들의 일탈 행동을 당 전체의 행동으로 동치시켜 버렸다. 왜 어떻게 동치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변이 없다. 김이수 재판관이 말했듯이 통진당은 진성당원만 3만 명인 특수한 정당이다. 그런데 거기서 소위 자주파가 얼마나 되는지 실증적인 분석을 하지도 않았고, 얼마나 주도적인지에 대해서도 모두 굉장히 정치적으로 판단했다.

 ▶장영수=인용 의견과 기각 의견 모두 ‘이런 일이 있었다’ ‘이런 사례가 있었다’ 하는 사실관계는 모두 똑같이 인정한다. 이걸 통진당 전체의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다른 것이다. 이석기나 혁명조직인 RO의 문제뿐만 아니라 유사한 사건들이 수십 건인데 하나하나에 대해선 불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수십 건이 다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 전복에) 착수도 하지 않은 예비 음모를 처벌하는 것은 그것이 이미 실행될 경우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가 이미 뒤집어졌는데 어떻게 처벌하나. 통진당의 위험성을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이미 늦다. 그래서 이번 헌재 결정이 종합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김종철=왜 소수자에게만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강자에게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쿠데타를 두 번이나 겪었다. 쿠데타 세력이 만든 정당들이 저지른 사건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등은 통진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중차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입증되지 않은 통진당의 의도, 즉 내심의 판단을 가지고 인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내심만 가진 걸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지금 있나.

 ▶장영수=국민이 선출한 의원이라면 어떤 불법행위를 해도 의원직을 유지해야 하나. 마찬가지로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정당에 동참했다는 것 자체가 책임이 있는 것이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례대표냐 지역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정당에서 민주주의 파괴 활동을 함께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한 법률이라도 헌법에 위반되면 무효가 되지 않나. 국민이 선출했다고 모든 게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김종철=헌재가 초법적인 기관은 아니고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의원직 상실 관련해선 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래서 헌재는 해석적 논거들을 가져왔는데 무슨 관습헌법 얘기할 때 같은 느낌을 준다. 입법적으로 분리돼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참으로 무책임한 결정이다.

헌재 결정, 전원 일치 사례도 많아
▶장영수=법적으로는 대체 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금지규정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또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사 대체정당이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처벌할 건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원 등은 정부도 청구서에서 요청하지 않았고 헌재도 법원도 말이 없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지방의원 모두 성격은 같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법 규정은 물론 판례도 없는 이런 일들에 대해 앞으로 국회는 물론 여러 공론의 장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김종철=헌재의 결정은 입법 미비를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결정이다. 헌재 논리대로라면 지자체장·지방의원 모두 직위를 상실해야 한다. 통진당에서 재출마한다고 했을 때 누가 국가전복을 꿈꾸는 자주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정희 대표는 자주파인가 아닌가. 다음 선거에 출마한다면 막을 수 있는 것인지 앞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굉장한 후폭풍이 예상돼 있는데 헌재는 서둘러 결정해버렸다.

 ▶장영수=재판관 8대 1의 결정이라는 데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헌재에서 전원 일치로 나오는 결정도 많다. 그때는 문제 제기를 안 하지 않았나.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지 법적으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헌재 구성의 다양성은 중요하지만 이번 결정이 다양성의 부족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다.

 ▶김종철=8대 1 결정, 하나도 놀랍지 않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관 임명제도 자체가 다수파 중심주의다. 소수파에게 비토권을 줘야 한다. 헌재 구성과 역할이 다수의 전횡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또 헌재 재판관 다양성의 문제도 변호사를 시키자, 교수를 시키자 하는데 그런 직군의 다양성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가안보, 성적소수자, 지방분권 같은 다양한 사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진정한 다양성이 논의돼야 한다.

극좌·극우 지양하는 건강한 정치 계기 돼야
▶장영수=과거 헌재에 자문할 때 절대 정치적인 판단을 하면 안 되고 법적으로만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국민도 헌재 결정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지 말고 법적인 근거에 초점을 맞춰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북한과의 연계 여부다.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이런 점들이 통일 이후에 확인됐다. 우리도 통일이 되고 나면 확인이 될 것이고 이번 헌재 결정의 의미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철=헌재의 옵션은 인용·기각·각하만 있는 게 아니다. 독일 공산당 사건의 경우 5년이나 끌었고 2009년엔 절차적 위법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종결된 상황이다. 우리 헌재는 이 사건 최종 변론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선고를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건이 찰나적으로 결정됐을 때 우리 헌정체제에 오는 부담 등에 대해 헌재가 더 신중해야 했다. 무엇보다 강령이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중요한데 이번 결정은 내심의 여파만 가지고 탄압이 가능할 수 있도록 헌재가 면죄부를 준 측면이 있다.

 ▶장영수=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당활동의 범위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은 극좌, 극우 모두 싫어한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이념의 양극화를 지양하고 건강하고 중도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종철=법치주의 원칙에 근거해서 아주 엄격한 법 적용을 해야만 양 극단 세력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법 원칙은 명확한데 이번처럼 그것을 굉장히 완화해서 적용하는 결정을 했을 때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 보수, 중도가 설 땅이 없어진다. 이제 진보진영은 발언을 할 때 은폐되는 내심을 자꾸 말해야 하게 됐다. ‘저는 통진당의 당원은 아니지만’ ‘저는 종북을 반대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황당한 현실이 된 거다. 사법 제도를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건 건전한 사회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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