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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나치당 퇴출시킨 독일 1956년엔 공산당 해산 결정

중앙일보 2014.12.20 02:00 종합 8면 지면보기
1956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은 직후 독일공산당(KPD)의 한 지역당 사무실이 강제 폐쇄되고 있다. [중앙포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과거 조봉암의 진보당 해산이 있었지만 과정에 차이가 있다. 1958년 1월 13일 이승만 정부는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을 북한 간첩과 접촉해 통일 방안을 논의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했다. 그러곤 2월 25일 행정처분인 등록 취소 형식으로 진보당을 강제 해산시켰다. 해산 결정 주체가 이번처럼 사법기관이 아닌 정부였다.


'정당 해산' 국내·해외 사례

 쿠데타로 정당이 해산되기도 했다. 61년 5·16 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는 군정을 펴기 위해 자유당 등 모든 정당을 해산했다가 1년 후 정당 활동을 풀었다. 80년에 집권한 신군부도 공화당·신민당 등을 강제 해산했다.



 민주화 이후엔 선거로 정당이 해산되곤 했다. 정당법 44조 1항에 따라 전국 선거에서 득표율 2% 미만인 군소 정당은 등록이 자동 취소됐다. 하지만 헌재가 지난 1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선거로 인한 강제 해산은 불가능해졌다.



 해외 사례론 독일공산당(KPD) 해산 결정이 이번과 유사하다. 51년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 정부는 당시 15석의 연방 의석을 차지한 KPD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해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소비에트 체제를 수립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제소했다. 격심한 논란이 뒤따랐고 5년 만인 56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합치되지 않으며 구체적 기도 없이 이 질서에 대항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판결 후 KPD와 관련된 인사 12만5000여 명이 조사를 받았고 7000명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독일공산당은 DKP란 이름으로 68년 재건됐으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해 제소되지 않았다.



 독일은 나치의 후신을 자처한 사회주의제국당에 대해서도 ‘선거인들에게 테러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저해하려 의도하고 있다’며 52년 위헌 판결을 내리고 당의 재산을 몰수했다. 독일의 신(新)나치 정당들에 대한 해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2003년 극우 독일민족민주당(NPD)에 대한 심판에선 국가정보원들이 이 당 간부로 위장해 증거를 수집한 것이 문제가 돼 기각됐다. 지난해엔 NPD 간부가 테러를 지원해 정부가 해산을 재청구,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터키에선 헌법에 명시된 정교(政敎) 분리를 위배했다는 이유로 정당들이 해산됐다. 이슬람 신정주의를 추구한 터키복지당은 95년 연정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으나 98년 헌재로부터 폐쇄 결정을 받았다. 2008년 복지당의 후신이자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도 제소됐지만 해산 대신 국가보조금 삭감에 그쳤다.



 스페인의 바타수나당 등 3개 정당은 폭력 등 불법적 수단을 사용하거나 옹호해 해산된 경우다. 이들은 바스크 분리주의 테러 조직 ‘에타(ETA)’가 정치 권력 행사를 위해 수립한 정당으로, 40여 년간 800여 명을 숨지게 한 ETA의 폭력 테러를 옹호해 왔다고 해 2003년 해산이 결정됐다.



이충형·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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