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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질서 위배, 해산 불가피" "국민이 판단, 선거 맡겼어야"

중앙일보 2014.12.20 01:59 종합 8면 지면보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국회 추모 예배’에 참석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전 10시35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의 한 갤러리 앞에서 스크린으로 헌법재판소의 생중계를 지켜보던 통합진보당 당원 30여 명은 힘차게 흔들던 보라색 풍선들을 일제히 떨궜다. 인용 의견을 냈다는 재판관이 해산 기준선인 6명을 넘어선 직후였다.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고, 일부 당원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보였다. 한 30대 여성 당원은 “어떻게 8명씩이나…”라고 중얼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계·정치권 등 엇갈린 반응
새누리 "헌법 부정세력 영원히 추방"
새정치련 “정치결사 자유 훼손 우려



 같은 시각,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모여 있던 삼일대로 건너편 SK주유소 앞에선 함성이 터져나왔다. 해산 선고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은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면서 애국가를 합창하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호했다”고 외쳤다. 앞서 정당해산 선고가 내려지기 2시간 전부터 헌재 주변엔 각각 집회를 연 통진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결해 긴장감을 자아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 등 12개 중대 1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이정희(45) 전 통진당 대표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지만 저희 마음에 키워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통진당 대리인단은 “오늘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말했다. 통진당 소속 의원들은 오후 4시부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병윤 전 원내대표는 “오늘 결정으로 박근혜 정부가 독재정권임을 세계 만방에 알렸고, 정권의 시녀 헌법재판소는 먼 훗날 이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오 전 원내대표 등 통진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8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총체적 파탄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헌재는 모든 당원들의 진정한 목적이 북한식 사회주의에 있다고 매도했다”고 말했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학계와 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확실하지 않다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선거에 맡겨야 한다”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정치적 주장을 가지고 해산한다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 중 하나라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면 해산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법리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은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정치권력에 편승한 헌재의 정략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종북 세력을 척결하는 새로운 전기이자 자유민주주의의 값진 승리”라고 말했다.



 ◆청와대, 공식 입장 발표 안 해=이날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진당이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해산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헌법의 승리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며 “민주주의라는 보호벽 뒤에 숨어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은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정치결사의 자유가 훼손된 데 대해 우려를 보낸다”(박수현 대변인)는 것이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정당의 자유와 결사·사상의 자유가 우려된다”고 했다. 문재인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권력이 정당 해산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트위터에서 “통진당 활동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런 중대 사안은 국민과 유권자가 투표로 심판해야 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트위터에 “통합진보당에 ‘너 내려’라고 명령하니 각하 시원하십니까”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AP·로이터·BBC 등은 통진당을 ‘친북(pro-North)’ ‘좌익(leftist)’ ‘극좌(far-left)’ 정당이라 칭하면서도 헌재가 해산을 명령한 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지상·조혜경·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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