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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EO와 점심을 … KT, '슈스케' 처럼 스타오디션

중앙일보 2014.12.20 01:35 종합 16면 지면보기
SNS 사진 한 장이면 `열정` 증명(AK)
# 지난주 서울 충무로 샘표 본사. 조리기구 앞에 남녀 청년 30여 명이 너덧씩 모여 야채·고기·빵을 조몰락거렸다. 정장 블라우스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칼을 쥔 손놀림이 다소 서툴렀다. 구비된 재료로 조별로 음식을 만드는 이들은 ‘요리 면접’을 보는 중이었다.


이색 면접 보고 인재 뽑는 기업들
하이트진로, 음주면접해 인성 점검
블랙야크, 등산하며 리더십 체크

 # 전통시장에서 ‘몸뻬바지’를 파는 청년, 춤추는 힙합 공연,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바이크…. 지난 8월 셋째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14년 AK열정캐스팅’이라는 태그(붙임말)와 함께 이런 사진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유통업체 AK가 토익 점수와 학점이 적힌 지원서류 대신 신입 공채 지원자에게 받은 사진이다. 사진이 채택되면 남은 전형은 두 번의 면접뿐. 면접일에는 운동복 차림으로 온 피트니스 강사, 마이크를 들고 온 30대 래퍼도 있었다. 회사는 올해 공채의 25%를 이 방식으로 뽑았다.





 구직자 스펙은 ‘단군 이래 최고’라는데 기업들은 ‘인재 찾기 어렵다’며 아우성인 시대. 학점·어학·자격증 외에 이색 체험과 경력을 보거나 특이한 방식의 면접을 치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산 오르며 `리더십` 체크(블랙야크)
  한국IBM은 신입사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GLBT)임을 밝힌 이를 우대한다. ‘다양성이 혁신과 지속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손명희 IBM 실장은 “인종·여성·장애인·성소수자를 배려하는 글로벌 정책이 한국에도 적용된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사내에 성소수자 모임도 따로 있지만 한국에서는 본인과 인사담당자만 안다”고 말했다. 최근 커밍아웃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12년간 IBM에서 근무한 바 있다.



요리로 `협동심` 보고(샘표)
 KT는 지원자가 5분 동안 자기소개나 장기를 펼치는 ‘스타오디션’을 진행한다. 지난 10월 ‘스타오디션’의 한 지원자는 “그동안 제가 팔아 본 것들”이라며 옷·커피·핸드폰·장난감·자동차부품을 들고 왔다. 그의 전공은 간호학이었다. KT 측은 “서류로만 봤다면 직무 연관성이 없어 탈락했을 텐데 이를 도리어 다양성으로 설명해 합격한 사례”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블랙야크는 지난해 ‘산행 면접’을 실시했다. 1차 면접을 통과한 50여 명이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을 등반하고 텐트 설치 등 과제를 수행했다. 남윤주 홍보팀장은 “실내 면접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체력과 리더십·도전정신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사한 곽준호씨는 “중간에 다리를 삐끗한 지원자를 도와 천천히 하산했는데 둘 다 합격했다”고 했다.



 샘표 요리면접에서는 튀김빵 요리를 하던 팀이 실수로 뜨거운 프라이팬을 엎질렀다. 면접관까지 놀란 상황에서 한 여성 지원자가 침착하게 기름을 닦으며 상황을 빠르게 수습했다. 곱게 차려 입은 은갈치색 정장에 기름이 묻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면접관들은 그의 위기대처 능력을 높이 샀다.



CEO와 점심에선 번득이는 `아이디어`(CJ)
 CJ는 우수 아이디어를 제출해 뽑힌 5~10명의 대학생을 주요 계열사 대표와의 점심식사에 초청하는 ‘CEO와 함께하는 컬처 런치’를 올해 도입했다. 이들은 해당 계열사 공채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주류업체 하이트진로는 식사와 술을 곁들이는 ‘음주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량보다 인성과 태도를 점검하는 면접”이라고 설명했다.



  게임회사 NHN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일일 근무체험’ 전형을 도입했다. 지원자가 실제 사무실에 출근해 자리를 배정받고 선배 사원과 모든 일과를 함께했다. 지난 3월 상반기 채용 때 소프트웨어(SW) 개발, IT인프라, 보안 등 기술 분야 채용에 도입했는데 합격한 신입사원들과 일해 본 사원들이 “실무에 곧바로 투입 가능하다”고 칭찬해 공식 전형이 됐다. 곽대현 홍보부장은 “지원자는 막연했던 회사 생활을 경험해보고 회사는 지원자의 실무능력을 검증하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하루 일해보니 `실무능력` 알겠네(NHN)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자기소개서에 가수 팬클럽 활동이나 음악 관련 경력을 적으면 우대한다. 입사 4년차인 최재우 매니저는 음반 투자유통 담당자이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수록곡의 작사가다. 방지연 로엔엔터 차장은 “업무와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에 회사도 개인 활동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소금물들을 나트륨 함량 순으로 배열하시오.” SPC그룹 신입사원 지원자는 부서에 관계없이 이런 ‘관능 평가’를 치른다. 식품기업이니 “맛과 향을 느끼는 감각이 업무 수행에 필수”라는 것이다. 팔도는 ‘라면 면접’을 한다. 지원자가 다양한 라면을 먹어보고 개선점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면접관이 이를 평가한다.



 취업준비생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색 채용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아이디(ID) ‘noto***’는 “채용 문화의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했지만 ‘koan***’는 “기존 전형에 이색 전형까지 준비해야 해 부담스럽다”고 했다. 지난 10월 말 한 기업의 이색 채용 전형 ‘후기’가 취준생 카페에 올라오자 “이런 전형이 더 힘들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회사 한 곳만 노리기는 힘든 현실에서 스펙은 스펙대로 쌓으면서 특이 전형도 대비해야 한다는 불만도 있다.



 ‘특이경력 채용’ 정책을 폈다가 축소한 회사도 있다. GS칼텍스는 2009년 ‘다양한 경험 및 특이 경력 보유자 우대’ 방침으로 수퍼모델·산악인·마라토너 등에게 가산점을 줬다. 하지만 몇 년 뒤 가산점 대신 자기소개서에 적은 다양한 경험을 평가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어디까지가 특이한 경력인지 선 긋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지원자들이 특이경력을 일부러 쌓느라 힘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심서현·김보영 기자 배예랑 인턴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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