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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남과 다르지만, 틀리진 않았다 … 내 아이니까

중앙일보 2014.12.20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부모와 다른 아이들 1, 2

앤드루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각 권 872·760쪽

각 권 2만2000원




이 책은 육아서가 아니다. 청각장애·다운증후군·자폐증·신동 등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실제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노하우를 전하려는 책이 아니다. 사람의 ‘차이’를 문제가 아닌 정체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근본적인 메시지다.



 미국의 소설가 겸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솔로몬은 그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통로로 ‘특별한’ 처지의 가족을 선택했다. “가족은 차이를 둘러싼 관용과 불관용의 시험대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가장 원초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300여 가족을 만나 4만 쪽이 넘는 분량의 인터뷰를 했고, 그 사례를 있는 그대로 풀어놨다. 숭고한 희생담이나 영웅담으로 미화시키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미덕이다.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삶의 속성은 특별한 가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상(異常) 증세는 끝끝내 극복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삶이 암흑 일색인 건 아니었다. 절망과 기쁨의 순간이 시시때때로 교차했다. 그 교차점이 언제일지는 늘 예측불허다.



10여 년 동안 300여 가족을 인터뷰해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쓴 앤드루 솔로몬. 그 시간은 자신의 ‘게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여정이기도 했다. [사진 Annie Leibovitz]
 등장하는 사례는 각양각색이다. 로리는 세 살 때 앓은 급성뇌막염으로 청력을 잃었다. 음악가인 아버지 밥은 ‘좀 더 일찍 병원에 데려갔더라면…’이란 죄책감에 시달렸다. 로리는 독순술(讀脣術)을 익혀 일반학교에 적응했지만, 로리를 무시하고 쪽지로 의사소통을 하려는 야구부 코치를 만난 뒤 건청인(健聽人) 세상에 등을 돌렸다. 청각장애학생을 위한 학교 갈로뎃 대학에 진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농아학교 교사가 됐다. 밥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내게는 청각장애가 있는 아들이 한 명 있고, 내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아들이 세 명 더 있죠.”



 제프·벳시 부부는 자폐증 딸 씨씨를 외부시설에 맡겼다. 씨씨가 동생 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 뒤부터다. 그 뒤 제프는 조울증을, 벳시는 우울증을 앓는다. 제프는 “세상 어딘가에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정신병을 얻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각 사례는 극단적인 양상을 오가지만, 사례가 쌓이면 쌓일수록 본질적인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가족은 서로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고 헌신을 요구한다 ▶누구의 삶도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사람은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바뀔 수 없다 등이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개별 아이들의 상황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가족 안에서, 그리고 보다 넓은 사회 안에서 차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은 대다수 사람에게 공통의 문제”라고 했다.



 책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자식이 가진 ‘다름’을 필사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했다. 그 관용의 범위를 가족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확대시키는 것. 다양성의 시대에 너와 나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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