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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가죽 한복' 지은 브라질인

중앙일보 2005.09.05 04:09 종합 27면 지면보기
"풍성한 한복 치마와 힘이 배어 있는 저고리를 입은 여자의 모습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디자이너 구스타보 링스 파리 기성복 패션쇼 출품

3일 오후 파리 프레타포르테(기성복 패션쇼)의 100회 기념 행사가 열리는 포르트 드 베르사유의 전시장. 이곳에서 만난 브라질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구스타보 링스(44)는 한복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링스는 파리 프레타포르테 설립 50주년, 행사 100회를 맞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원장 모철민)과 프레타포르테가 공동으로 마련한 한복 특별 전시회에 초대된 외국 디자이너 열 명 중 한 사람이다.



올 4월 문화관광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복 원단 시장과 박물관을 견학하고 한복 제작과정을 살펴본 그는 이번 전시회에 가죽으로 만든 남녀 한복 한 벌씩을 내놓았다. 그는 가죽으로 한복을 만든 이유에 대해 "갑옷처럼 몸을 보호하는 옷의 기본 기능을 강조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링스가 만든 한복은 가죽옷이란 느낌을 거의 주지 않는다. 가죽에 넣은 촘촘한 박음질 장식 때문이다. 박음질 장식은 옷감의 날실과 씨실처럼 가죽옷의 뼈대 역할을 했다. 그는 이 박음질 장식의 아이디어를 건축학에서 얻었다고 했다. 그는 패션에 입문하기 전 고국인 브라질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한복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물었더니 링스는 "남성 한복은 서양 옷과 비슷한 점이 많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겨짐을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여성을 위한 바지 한복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다만 "외국인들이 찾게 하려면 한복이 좀 더 개방적인 옷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짧은 저고리와 소매 등 몇 가지 주요 원칙을 빼곤 나머지는 유럽식 패션 스타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링스는 자신이 남성 한복을 만들면서 대님을 후크와 서너 개의 고리로 대체한 것을 예로 들었다.



루이뷔통과 겐조에서 기술 컨설턴트로 일한 링스는 2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옷을 만들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에서 패션을 공부한 덕에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를 비롯,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까지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링스는 "반응이 좋으면 가죽 한복을 계속 만들겠다"며 "벌써 한 벌 주문받았다"고 말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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