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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경제외교로 모은 구슬도 꿰어야 보배

중앙일보 2014.12.19 00:26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인기다. 자칭 G11개국 비정상대표들이 모여 우리 시대 청년들이 고민하는 뜨거운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인조차 모를 속담이나 고사성어를 동원하는 모습이 자못 흥미롭다.



 취업부터 결혼, 육아에 이르기까지 매주 다양한 안건을 상정하는 비정상회담과는 달리 요즘 세계의 ‘진짜’ 정상들이 몰두하는 안건은 단연 경제다. 진짜 정상들은 속담 대신 투자 유치나 기업 수주 등 경제현안을 놓고 치열한 경제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천문학적인 돈 보따리를 싸들고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총성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고, 보따리를 싸맬 여력이 없는 국가들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때로는 굴욕을 감수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리커창 총리의 영국 방문에 앞서 중국은 “영국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뒤떨어져 있는게 현실이다”며 영국의 자존심을 긁었다. 이 때 영국 정부는 화를 내기는 커녕 중국이 요구한 대부분을 수용했다. 리 총리가 들고 오는 ‘돈 보따리’ 때문이었다. 자금력이 170년 전 아편전쟁의 승자와 패자의 처지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영국 뿐 아니라 인권 선진국이라는 프랑스도 경제 때문에 아프리카의 대표적 독재국가인 앙골라와의 관계회복에 나섰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도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을 통과시키며 외자유치에 혈안이다. 각국이 경제외교에 나서는 이유는 세계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며, 구조적 장기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진국은 통화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고, 브릭스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이 전 세계인들의 과제가 된 가운데 경제외교가 위기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년간 81회에 이르는 외교전을 치르며 진짜 정상들의 외교전에 본격 가세했다. 그리고 각국 대표들의 유창한 언변에 눌리던 비정상회담 속 한국 대표들과 달리 진짜 정상들의 외교전에서 우리 대표들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중국을 비롯한 5개국과의 FTA를 신규타결하며 경제영토를 세계 3위까지 넓혔고,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조기 달성하기도 했다. 경제외교를 통해 방문한 21개국과의 올해 무역증가율은 5.7%로, 전세계 대상 평균인 2.8%를 2배이상 상회한다. 또한 502억불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통관, 비자문제 등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애로도 해소했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 12일 막을 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도 이어졌다. 그동안 아세안과의 관계는 꾸준한 투자를 해온 중국과 일본에 비해 규모면에서 다소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음을 다한 진지한 외교로 아세안을 새로운 미래의 동반자로 발전시켰다.



 경제외교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값진 구슬들을 얻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일이다. 어렵게 얻어낸 구슬들을 잘 꿰어 한국경제 재도약의 밑거름으로 삼길 기대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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