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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재영아 다영아, 엄마는 연습벌레 별명이 걱정이다

중앙일보 2014.12.19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당찬 열여덟 살 쌍둥이 자매, 레프트 이재영(흥국생명)과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이 여자 프로배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재영은 팀 막내지만 벌써 주전으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이다영은 주전 세터가 되기 위해 실력을 쌓고 있다. 둘의 배구 유전자는 1988 서울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였던 어머니 김경희(48·사진)씨로부터 물려받았다. 김씨가 배구 선배로서, 엄마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희씨
훈련 좋지만 아플까봐 노심초사
난 지금도 너무 일찍 은퇴해 후회
죽을 때까지 배구 한다는 말 뭉클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현대건설)과 이재영(흥국생명)은 여자배구의 당찬 신예다. 그 뒤엔 대표 출신 엄마 김경희씨의 뒷받침이 있다. 김진경 기자, [사진 흥국생명]


 요즘 엄마는 쌍둥이 경기 보는 재미로 산다. 둘 다 숙소 생활을 하면서 얼굴 볼 기회가 없잖니. 너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없어. 그 흔한 휴대폰 사진도 없어서 아쉬워. 그래서 너희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주에서 인천·성남·대전 등 경기장까지 운전해서 가. 너희들은 “엄마 힘드니까 오지 마”라고 하지만 엄마는 전혀 힘들지 않아.



 사실 엄마는 쌍둥이가 배구 하는 걸 반대했어. 내가 배구를 했던 70~80년대는 헝그리 정신을 많이 강조했어. 선생님·선배들에게 맞으면서 운동을 했지. 코트 안에서 웃기라도 하면 불벼락을 맞았다. 일주일 내내 운동하고 몇 시간의 휴가가 고작이었어. 3~10월은 대표팀에서 뛰고 바로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시즌을 치르는 나날이 이어졌단다. 그래서 내 자식에게는 절대로 배구를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너희가 뱃속에 있을 때 배구 하는 꿈을 많이 꿨어. 또 둘 다 어렸을 때부터 어찌나 활동적이었던지.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춤 춰서 상도 받았잖아.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기에 결국 너희 아빠와 상의해서 배구를 시키기로 했어. 너희는 좋다고 팔짝팔짝 뛰었지만 엄마는 많이 울었다. 내가 고생한만큼 너희들도 고생할까 봐.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너희는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안 했어. 배구 싫다는 소리도 안 했지. 엄마는 그게 참 고마워.



 엄마도 선수 시절 ‘독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승부욕이 강했어. 배구 선수로서 작은 키(1m70㎝)를 극복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어. 너희도 딱 나를 닮았더라. 감독님들이 너희보고 ‘연습벌레’라고 혀를 내두르던걸. 오죽하면 체육관 입장 금지령이 내려졌을까. 재영이는 무릎 수술을 받아서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요즘에도 야간 개인연습까지 열심히 한다며? 감독님께 이야기 듣고 많이 걱정했다. 배구 선배로서 스스로 실력을 쌓아가는 모습은 좋지만, 엄마로서 네 몸이 아플까봐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어.



 주위에서 엄마를 보면 항상 물어본단다. 배구 선배로서 기술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주냐고. 그런데 엄마는 너희들에게 특별한 배구 기술을 가르쳐 준 적이 없네. 포지션만 정해줬지. 재영이는 투포환 선수였던 아빠를 닮아 어깨 힘이 좋아서 공격수를, 눈치 빠르고 똘똘한 다영이는 세터를 시켰지. 대신 엄마는 너희의 멘털 코치야. 내가 항상 강조하는 건 ‘자신감 있게 즐기면서 해라’잖아. 신인이지만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재영이는 부담이 큰 것 같아. 하지만 막내답게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 다영이는 아직 많이 못 뛰어서 아쉬워 하던데 괜찮아. 세터의 수명이 더 길어. 지금은 열심히 배우고 앞으로 기회를 잡으면 돼.



 엄마가 지금도 후회하는 건 일찍 은퇴한 거야. 27살에 결혼과 동시에 배구를 그만뒀지. 그 때는 이십대 후반만 되면 결혼해서 살림이나 하라며 관중석에서 야유를 보냈어. 그래서 너희들이 “엄마, 우린 죽을 때까지 배구 할거야”라고 했을 때 뭉클했어. 그 때까지 뒷바라지는 엄마가 맡을게. 대한민국을 빛내는 멋진 선수가 돼 주렴.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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