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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받고 정부주도육성사업 기업선정

중앙일보 2014.12.17 14:37
산업통상부(전 지식경제부)의 지역 선도 육성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업 책임자와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 사업은 광역권별 유망사업을 집중 지원해 지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과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로비로 사업권을 따낸 뒤 지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양호산 부장검사)는 17일 기업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및 업무상 배임 등)로 모 지역 광역경제권선도산업지원단장 A(58)씨와 브로커 B(52)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뒷돈을 준 제조업체 대표와 임원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단장은 브로커 B씨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2009년 1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1억1000만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다. 자신의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 2500만원을 기업들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또 자신의 아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하는 대가로 1억5000만원 상당의 사업비를 유용한 것을 눈감아주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브로커 B씨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해당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기업 10곳으로부터 5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역 선도산업 육성사업의 업체 선정과 평가 등이 각 지역별로 선정된 광역선도산업지원단에 위탁된 점을 노렸다. B씨는 A단장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업체들에게 과제 선정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 그리고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엔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업비의 10~20%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단장은 B씨가 요청하는 업체들을 선정하기 위해 평가위원으로 자신이 정치활동을 위해 구성한 사적 모임의 회원과 B씨의 내연녀 등을 선정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A단장은 기업들에게 자신이 교수로 있는 대학에 기부금을 내도록 강요하고 자신의 개인 모임을 사단법인으로 꾸며 사업 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된 업체들도 엉망이었다. A단장 등과 함께 적발된 업체 대부분은 반도체 장비, 전자부품, 소프트웨어 제조 업체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개인의 빚을 갚는데 쓰거나 회사 자금, 또는 B씨 등의 리베이트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기업들이 오히려 '다들 그렇게 하는데 왜 나만 문제 삼느냐'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며 "최종적인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산자부와 산하 전담기관이 국책 사업을 더욱 엄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에 적발 내용을 통보해 업체들이 부당하게 사용한 정부 보조금을 전액 회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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