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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가상 응급실서 의대 실습 … 허공에 청진기 대니 맥박 '쿵쿵'

중앙일보 2014.12.16 01:07 종합 20면 지면보기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이 나타난다. 전후좌우는 물론 위아래 어디든 고개를 돌려봐도 스키장 한가운데다. 발에 달린 스노보드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절벽이 나타난다. 순간 발 아래가 허공이다. 머리는 이게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장감이 뛰어나다 보니 헤드셋 속 가상의 스키장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가상현실' 기술 어디까지 왔나
360도 입체 영상에 동작센서 적용
사용자 움직임 따라서 풍경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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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 전용 전투게임을 실행하면 주변은 폭탄과 총알이 난무하는 도시 속 전장으로 바뀐다. 바닥은 깨진 아스팔트와 총알 파편으로 어지럽다. 총알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그의 뛰어가는 뒷모습이 생생하다. 이뿐이 아니다. VR 프로그램에 따라 공룡이 뛰어와 자신을 넘어가고, 고층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찔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차세대 정보기술(IT)의 화두로 떠오르며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VR의 세계다. VR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진짜 같은 ‘가짜 세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VR 기기는 대부분 커다란 스키 고글처럼 생긴 헤드셋 형태다. 헤드셋을 쓰면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장악해 360도 입체 영상과 음향을 제공한다. VR기기의 자이로센서와 가속도센서 등이 사용자가 고개를 위아래 혹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감지해 그 방향에 알맞은 시각효과를 낸다. 덕분에 사용자는 VR이 제공하는 가상의 세계 안에 자신이 존재하며, 직접 보고 듣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VR은 넓게는 정보를 화면 등에 겹쳐 3차원으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AR은 예컨대 스마트 안경을 끼고 주변 건물을 보면 해당 건물의 이름과 떨어져 있는 거리 등을 스마트 안경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굳이 구분하자면 VR은 가상의 세계만 보여주지만, AR은 실제 세계를 기반으로 한 상태에서 가상 세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공개한 게이밍 광학기술인 ‘룸얼라이브’가 AR의 대표적 사례다. 룸얼라이브는 기존 TV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던 장면을 TV 바깥으로 끌어냈다. 괴물과 장애물, 불길 등이 방 안에 비쳐지면서 방 전체가 거대한 게임장으로 변한다. 사용자는 손으로 터치하거나 총을 쏴 방 안에 등장한 괴물을 없애고, 몸을 움직여 괴물을 피할 수도 있다. MS는 특수 영상 프로젝터인 ‘프로캠’ 6개와 동작인식 기술 ‘키넥트’를 활용했다.



 사실 이런 VR은 컴퓨터 시뮬레이션·테마파크·게임 같은 일부 분야에서만 시장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쇼핑·군사·교육·의료·건축·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해지게 됐다.



 미국의 VR 솔루션 기업인 심엑스는 수련의(修鍊醫) 임상 실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의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VR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응급실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다. 병상에 누워 있는 가상의 성인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면 심장 맥박 소리가 전해지고,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피부 상태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라이언 리베이라 최고경영자(CEO)는 “가상 환자의 나이·체형·혈압·맥박 등 신체 조건을 다양한 상황에 맞게 설정할 수 있어 수련의들은 다양한 의료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적 치료에도 VR기술이 응용되기도 한다.



 미군은 전투기 조종사 교육에 주로 사용했던 VR기술을 일반 장병의 훈련에까지 확장했다. VR기기로 실제 전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훈련을 진행하는 식이다. 탱크·전투기 같은 장비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시간·공간적 제약도 없는 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복잡한 훈련을 실시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노르웨이군은 전차 내부에서 외부 지형을 360도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 VR 헤드셋을 만들었다.



 VR기술이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글로벌 IT기업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시장에서 기술을 선점해 향후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VR 헤드셋을 만드는 오큘러스를 23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CEO는 “모바일은 오늘날의 플랫폼이며, 우리는 내일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큘러스 인수는 미래의 컴퓨팅에 대한 장기적인 베팅”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최근 삼성전자를 방문해 VR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구글은 VR·AR 기술을 개발하는 매직리프에 5억5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은 자사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글라스에 매직리프의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소니는 VR 헤드셋을 개발하고, 애플은 VR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적극 채용하는 등 다른 기업도 VR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VR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VR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키보드·마우스를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이 머리에 쓰기에는 부피도 큰 편이다. 업계에서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용 컨트롤러 개발’과 ‘기기 소형화’에 노력 중이다.



 앞으로 VR기기의 사용이 쉬워지고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 VR기술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큘러스VR 코리아의 앤드류 김 이사는 “일반 대중이 VR·AR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 기술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고 있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콘텐트·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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