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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신임 아베, 한·일 화해협력의 손 내밀어라

중앙일보 2014.12.16 00:12 종합 38면 지면보기
일본 집권 자민·공명당이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양당이 획득한 의석수가 326석(자민 291, 공명 35)으로 2년 전 총선과 마찬가지로 3분의 2(317석)를 훌쩍 넘어섰다. 야당은 민주당과 공산당이 의석을 늘렸지만 지리멸렬했다. 일본 정치는 상당 기간 자민당 1강(强) 시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정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아베 신조 총리는 24일 국회에서 재선출된 뒤 3차 내각을 출범시킨다. 중의원을 개각 3개월 만에 해산한 만큼 각료는 전원 유임시킬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아베 총리로선 4년 더 집권할 수 있게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2001~2006년) 이래 장기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총리가 재신임을 받은 만큼 지론인 ‘전후 체제 탈피’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한 각의(국무회의) 결정의 후속 조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자위대법을 비롯한 관련법을 개정해 자위대가 해외 전투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리는 그제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호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헌을 ‘역사적 사명’이라고 해온 그다. 그러나 실제 개헌에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개헌 발의에는 중의원·참의원 양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국민투표에도 부쳐야 한다. 하지만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개헌에 소극적이고, 참의원 여당 의석은 3분의 2가 되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금융 완화와 재정 투입, 구조 개혁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임을 물은 만큼 당분간 경기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내각의 역사수정주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군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은 대표적이다. 자민당 공약집은 “허위에 근거한 이유 없는 비난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론하고 일본의 명예, 국익을 회복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계속 국제사회에 위안부 강제동원이 허위라고 알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내년 3월 중학교 교과서 검정이나 8월 15일 아베의 종전 담화에 반영될 수도 있다.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다. 수교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었다. 지금은 정치에 관계없이 국민 교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사죄한 고노 담화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입장에 서서 한국에 진정성 있는 화해와 협력의 손을 내밀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는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한·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 관계 정상화는 격동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지렛대다.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가 성신(誠信) 외교로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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