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경제 view &] 프리미엄 식자재 중국은 황금시장

중앙일보 2014.12.16 00:05 경제 5면 지면보기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상품은 크게 탐색재와 경험재로 구분할 수 있다. 탐색재란 겉모습만 봐도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의류·신발·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굳이 직접 써보지 않더라도 디자인이 예쁘거나 튼튼해 보이면 소비자는 바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탐색재 시장에서는 제품만 좋다면 누구나 들어와 팔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은 어렵다. 누구든 더 예쁘고 좋아 보이는 제품을 내놓으면 1위 자리는 금세 바뀌게 된다.

 반면 경험재는 소비자가 직접 경험해 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식품·화장품·의약품 등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뻐도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길거리 약장사가 없어진 이유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지만, 대신 한번 신뢰를 얻으면 소비자는 그 제품의 충성 고객이 되는 경향도 있다.

 경험재는 제품이 안전하고 믿을 만하다고 알리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먹는 물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프랑스 에비앙 생수보다 좋은 물을 만들더라도, 외국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생수를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브랜드 신뢰도도 높여야 하고 최고 수준의 마케팅도 필요하다. 그래서 경험재 시장에는 미국 화이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주로 활동한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후진국 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선진국이 먹거리 강대국이다. 벨기에산 돼지고기, 호주산 쇠고기나 스위스 네슬레, 미국 크래프트푸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는 첨단화·대형화·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식품산업을 고도화하고 프리미엄 식자재를 수출하면서 먹거리 강대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먹거리 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우선 농업을 보자.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업농보단 자영농, 투자형보단 생계형이다. 식자재 산업은 수출형보단 내수형, 대형보단 소형 중심이다. 규모가 작다보니 경험재 시장 공략에 필수적인 대규모 투자는 꿈꾸기 어렵다. 어쩌다 누군가 대규모 투자라도 하려하면 규제에 막히거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다. 이래서는 먹거리 산업의 성장은 요원한 일이다. 반면 글로벌 먹거리 산업은 대형화, 수출 주도, 첨단화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6000여 오렌지 재배농가가 힘을 합쳐 ‘썬키스트’를 만들었고, 뉴질랜드의 2700여 키위 재배농가가 함께 모여 ‘제스프리’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기회는 있다. 우리의 먹거리 산업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첫째, 먹거리 산업은 레드오션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유기농·친환경 등 건강한 먹거리와 고급 식자재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는 조미료 대신 싱싱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맛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미료 전쟁’시대가 아니라 ‘식자재 전쟁’ 시대인 것이다.

 둘째, 우리 먹거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 높다. 중국인이 자국 식품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전 사고 후 일본 식품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이제 주변 시장에서 가장 믿을만한 먹거리 제품은 한국산이다.

 셋째, 신선식품의 경우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다.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신선도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중국 각 가정에 당일 배송도 가능할 정도다. 미국, 유럽 등 먹거리 선진국이 갖기 어려운 우리만의 강점이다. 한국산 프리미엄 식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다면 우리도 먹거리 강대국이 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요새 20대, 30대의 귀농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 젊은이들이 먹거리 산업에 뛰어든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제 그들에게 텃밭을 가꾸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세계적인 농업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가 될 기회를 줘야 한다. 식품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형 기업이 나와야 한다. 한국에서도 선키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농업기업과 네슬레와 같은 초일류 식품기업이 탄생하길 바란다. 우리 먹거리 산업에 대한민국의 향후 50년을 책임질 제2, 제3의 이병철, 정주영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