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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스포츠 이야기] 아버지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2014.12.16 00:03 종합 36면 지면보기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컨텐츠 본부장
상주로 조문객을 맞는 양상문 LG 감독의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6일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를 회상하면서다. “가을야구가 끝나고 얼마나 나를 기다리셨을까. 아들이 이끄는 팀이 시즌 때 치고 올라가는 걸 보면서 힘을 내셨는데…. 외국인 선수를 찾겠다고 시즌 끝나고 도미니카에 갔던 게 지금도 후회스럽다.”



 그는 아쉬움이 많이 남은 듯했다. “선수, 코치, 감독을 거칠 때마다 한 번씩 잘리고 나면 아버지께서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 당사자인 나보다 더 억울해하기도 했다. 경상도 남자라 어릴 때부터 아버지도, 나도 서로 살갑게 지내지 못했다. 어머니께서 세상을 뜨신 뒤 홀로 남아 외로우셨을 텐데 자식 도리를 못했다”고 말했다.



 A는 10년 차 넘은 중고참 선수다. 주전과 후보를 오가는 처지에 팀 내 경쟁자도 많다. 출장 경기수가 지난해보다 줄었고, 성적도 떨어져 최근 구단과의 연봉협상에서 500만원 삭감이란 고과평가를 받았다. A의 연봉은 5000만원. “저는 생계형 선수입니다. 한 달 50만원 정도면 큰돈입니다. 형편을 봐주십시오”라고 사정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과 담당자는 부모님을 모시는 등 그의 여러 딱한 상황을 안다. 동결해 달라던 A도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을 인정해 300만원 삭감으로 조정안을 받았다. 올해 프로야구 선수 477명(신인·외국인 선수 제외) 중 A처럼 5000만원 이하 선수가 49%인 233명이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 평균연봉이 1억638만원으로, 처음으로 1억원을 넘겼다지만 당장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 A 같은 선수가 절반이나 된다.



 김성근 한화 신임 감독은 선수들을 ‘아이’라고 종종 부른다. 그의 리더십은 엄한 아버지 스타일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많은 훈련량에 대해 “부모가 자식을 포기해선 안 되듯 감독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독선적이란 비판도 있지만 처음 만나는 선수에겐 “왜 야구를 하느냐”를 묻고, 글로 쓰게 하고, 그걸 잊지 않도록 돕는다. 대부분 가족에 대한 사랑과 보답하겠다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



 오늘 이야기는 유명세를 떠나 일상의 가족, 아들, 아버지로 돌아온 야구인의 모습을 소개했다. 시즌을 끝낸 지금 저마다의 인생이란 그라운드로 돌아와 있다. 운동선수는 운동기계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 12월이 그들에게 더욱 소중하다. 인간적인 고민으로 눈물도 흘리고 가족으로서 책임도 충실히 해야 할 순간이기에….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컨텐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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