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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에이징 라이프 마흔셋, 여배우 염정아

중앙일보 2014.12.16 00:00



"아줌마답게 사는 지금 내 인생의 전성기"

“만으로 마흔둘이네요”라는 말에 잠시 머뭇하더니 “우리 나이로 마흔셋”이란다.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은 게 대부분의 사람 마음인데 염정아는 오히려 반대다. 불혹을 지난 여배우임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그는 아줌마라 불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두 아이의 엄마여서 기쁘고, 기미 낀 얼굴로 세상 이야기를 하는 영화에 출연해도 거리낄 게 없는 지금이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영화 ‘카트’(왼쪽)와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 열연했던 염정아.


Actress

‘아 줌 마 배 우 전 성 시 대’

중심축에 서다




방송에 나와 지금 살고 있는 동네 ‘동탄’ 얘기를 아줌마스럽게 잘도 늘어놓은 덕에 ‘동탄댁’ ‘동탄 아줌마’가 연관 검색어 첫 줄에 올라가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카트’에서 EXO의 멤버 디오(도경수)의 엄마 역할을 맡아 ‘디오 엄마’로도 유명하다.

 영화 ‘카트’를 통해 염정아는 ‘아줌마 배우 전성시대’의 축에 섰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카트’는 염정아의 필모그래피(영화작품 목록)에서 조금 비껴나 있다. 멜로나 액션 스릴러물에서 화려하고 관능적인 역할을 하던 그가 마트 계산원이라니. 유독 책임감이 강했던 맏딸 염정아는 세월의 고단함을 안고 사는 우리네 엄마들을 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엄마의 마음이 어떤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계산원 ‘선희’는 생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출연을 결심한 후부터 전혀 관리를 안 했어요. 그냥 아줌마여야 하니까. 부은 얼굴에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기미를 그려가면서 촬영했고요. 그랬더니 염정아한테 저런 얼굴, 저런 표정이 있었느냐고 하더군요.”

 이 작품으로 그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지난달 영화 개봉에 맞춰 출연한 JTBC ‘뉴스룸’에서의 표정도 화제였다. 23년차 방송 경력이 무색하게 얼굴을 붉히고 떨었던 것. “아무리 방송을 많이 해봐도 뉴스는 다르잖아요. 손석희 앵커를 직접 보니 더 떨리더라고요.” 미세한 떨림을 그대로 드러낸 솔직한 모습의 염정아는 앳되고 예뻐 보였다. 그날 밤 인터넷 뉴스들은 ‘소녀 같은 아줌마, 염정아의 발견’을 반기며 수십 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결혼해 아이 낳고 좀 쉬다가 복귀하고 싶어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자기 생각이 뚜렷한 사람이 좋아요. 나이는 저보다 많았으면 좋겠어요.”

 10년 전 한 인터뷰에서 염정아가 한 말이다. 특별한 것 없는 삶이지만 현실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인터뷰 2년 후 자기 철학이 뚜렷한 한 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했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얻었다. 3년간 육아에 전념하다 드라마에 복귀했다.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드라마 어워드 최우수연기상을 안겨주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꾸준히 활동하며 기복 없는 배우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Woman

아 내 그 리 고 엄 마 …

10년 전 바람 그대로의 삶




염정아는 보여지는 것과 차이가 큰 사람이다. 예뻐지기 위해, 세월을 거스르기 위해 부단히 애쓸 것 같지만 우리가 짐작하는 여배우의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 피부관리를 받기 시작한 것도 겨우 3년 전부터고, 이마저도 다른 일이 있을 땐 거르기 일쑤다. 보습 크림 바르는 게 전부일 정도로 뷰티 트렌드에도 어둡다. 그가 말하는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은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것을 좇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억지로 하는 일은 없다.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한 것이 우선이다.

 “결혼 후부터 들어오는 역할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죠. 누구의 엄마, 아줌마 역할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서글프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에요. 그걸 못 받아들이면 일을 할 수 없죠. 다른 사람이 보는 나를 인정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이제는 캐스팅이 기대가 돼요. 어떤 작품이 주어질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면서 말이죠.”

 염정아는 자신의 전성기를 ‘지금’이라고 말한다. 스물 일곱·여덟, 누구에게나 찬사를 받던 ‘예쁜 시절’이 있었지만 그립지는 않다. 어떤 역할이 와도 직관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개그맨 흉내를 내며 늘 웃길 궁리를 하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즐겁다. 훗날 되돌아가고 싶은 때가 언제인지 묻는다면 ‘마흔셋 시절’이라고 답할지도 모를 그 행복한 나날들이 바로 지금 염정아의 눈앞에 있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김승환 객원기자, 헤어=박선호, 메이크업=오현미(바이라), 의상=이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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