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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바나시 요이치 "일본의 최대 급선무는 한·일 관계 회복"

중앙일보 2014.12.15 18:20
보름 뒤면 한·일 수교 50년이 되는 2015년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2년 째 냉기류가 흐른다. 양국 정상은 물론, 외교부 장관조차 3년 째 상호 방문을 못하고 있는 '비정상' 상황이다. 14일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난 중의원 총선이 전환점이 될 것인가. 그리고 일본은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가. 본지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의 핵심 싱크탱크를 지휘하는 인사들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이달 초에 이뤄졌고 총선 후 추가 인터뷰를 실시했다. 박진 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로 참여했다.



일본재건이니셔티브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70) 이사장은 아사히(朝日)신문 주필 출신이다. 30년 간 '인물'이 없다며 비워뒀던 주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활약해 왔다. 2010년 퇴직 후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내걸며 2011년 일본재건이니셔티브의 이사장에 취임했다. 일본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로서 역대 정권이 외교안보 분야의 자문을 청할 정도다. "일본의 최대 급선무는 한·일 관계 회복"이란 주장을 펼치는 그는 "미국이 양국이 화해하도록 압력을 가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일·한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압승한 원인은 뭔가.

"두 가지다. 하나는 어젠다 셋팅(의제 설정)에 성공했다. 아베노믹스 하나로 선거 쟁점을 몰아갔다. 유권자에게 아베노믹스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선택으로 끌고 간 것이 주효했다. 야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했다. 또 하나는 슬로건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선거 기간 '이 길 밖에 없다' '길 중간까지 왔다'의 두 가지만 슬로건으로 썼다. 야당으로 하여금 '반대한다면 그 대안은 뭐냐'고 따지는 효과가 있었다. 또 '주가도 오르고 경기가 좋지만 이건 아직 절반밖에 안 온 것이다. 나머지 절반을 나에게 맡겨달라'고 호소한 게 맞아 떨어졌다."



-헌법개정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렇진 않다. 이번에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해 3분의 2 의석(317석)을 넘겼다. 지난번 집단적자위권 용인 때도 그랬지만 공명당과의 협조가 필요하다. 개헌을 아베 총리 개인이 원하는 대로는 100% 되기 힘들다. 집단적자위권도 그러지 않았나. 공명당이 좋은 의미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보기엔 (전쟁 포기, 교전권 불인정을 규정한) 9조의 개정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베가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진 셈인데, 순항할까.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본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듯 야당이 이대론 안 된다. 뭔가 큰 바람을 일으키지 않는 한 야당이 집권하기 힘들다. 유권자를 움직이려면 경제분야에서 획기적인 신 정책, 신 슬로건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당분간 아베노믹스의 기세가 이어질 듯 하다. 관건은 2017년 4월이다. 아베 총리는 이때 반드시 소비세를 8%에서 10%로 올리겠다고 장담했는데, 이로 인해 경제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장기집권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아베 리더십의 특징은 뭐라고 보나.

"아베 총리의 압승 리더십은 애매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주장은 '일본을 되찾자'는 것인데 이게 전후 모두 땀 흘려 일궈낸 풍요로운 일본을 되찾자는 것인지, 강한 군국 시대로 돌아가자는 건지 모호하다. 역으로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호소력이 있다. 일본인들이 갖는 상실감을 잘 건드리면서 어필하는 리더십이다. 또 아베 총리는 역대 총리 누구 못지 않게 실용주의자라고 본다."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해 입장 변화가 있을까.

"아쉽게도 지금 일본 여당, 특히 총리 관저를 보면 그런 의지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 들어 외무성은 개선할 의지가 강한 것 같은데 총리 관저가 강경하다. 국가안전보장국(NSC)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장도 좀 더 카운터파트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터놓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솔직히 이번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을 보라. 일·중은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agree to disagree)’했다. 그러나 일·한은 서로가 이를 허용하지 못한다. 그게 문제다. 일·중 정상회담도 결과물을 보면 아무 것도 완벽하게 정리된 게 없지 않는가. 하지만 중국인들은 오랜 지혜를 통해 '세상에는 해결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안다.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여러모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인은, 한국인도 닮았는지 모르나, 어떠한 일을 깨끗하게 해결하고 싶어한다. 결벽증이다."



-내년이 한·일 수교 50주년이다.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표류하면 서로가 손해일 듯 하다. 선거도 끝났으니 어떻게든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유연하게 나오길 기대하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4분 밖에 살아계시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일본은 더욱 해야 할 게 있다. 정치적으로도 좀 더 따뜻하게 대하는 자세와 성의가 필요하다. 다만 당분간 이 문제가 어렵다고 한다면 일단 놔 두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만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손을 내밀었을 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그 손을 꽉 잡고 뿌리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위안부 문제는 입구전략뿐 아니라 출구전략도 동시에 필요하다."



-남북 통일의 전망과 통일될 때 일본의 역할은 뭔가.

"북한의 붕괴로 통일이 이뤄질 것이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실제 북한 붕괴 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장성택이 처형당할 때 중국은 아무 것도 못했다. 결국 한국이 직접 개입하는 수 밖에 없다. 통일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로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비핵화에 나설 때 일본 천황(일왕)이 통일 한국을 방한해 축복하는 것으로 (한·일 간) 역사의 화해의 상징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게 나의 꿈이다."



정리=김현기 도쿄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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