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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샐러리맨 … 2만7800명 짐쌌다

중앙일보 2014.12.15 02:28 종합 1면 지면보기
서울 여의도 63빌딩은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꼭대기와 지하 식당가에선 송년회가 열리지만 중간층 사무실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빌딩 주인인 한화생명은 이달 7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상반기에 300명을 줄였다. 불과 1년 만에 전체 직원(4738명) 중 5분의 1 이상을 잘라내는 것이다. 19년째 한화생명에 근무 중인 A 차장(46)은 “명예퇴직을 수용하지 않으면 연고가 전혀 없는 지방 영업소에 배치하는 분위기”라며 “지방 발령 후 퇴직을 하면 명퇴금도 받을 수 없어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본지, 300대 기업 전수조사
하루 102명꼴 나가는 셈
한화생명은 5분의 1 줄여
"정책 최우선에 일자리 둬야"

 샐러리맨이 ‘위기의 연말’을 맞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마저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매출 상위 300대 상장사의 3분기 사업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 들어 9월까지 2만7800여 명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러움의 대상인 대기업에서마저 하루 102명꼴로 옷을 벗은 것이다. 한화생명 등 최근 구조조정까지 감안하면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채 거리로 몰린 직장인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칼바람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두산중공업은 요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만 52세 이상 450명 전원이 대상이다. 내부에선 명퇴 인원이 대상자의 절반에 이를 것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감원이 일상이 됐다. 삼성증권·대신증권 등 증권가에서만 3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200~300개씩 책상을 줄였다.



 본지 집계에 따르면 매출 300대 기업 중 절반 가까이(142곳)는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고용이 늘었다고 해도 10명 이하인 곳이 16.7%(50곳)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9~2013년 국내 100대 기업은 매년 4만2900명씩을 증원했다. 올 들어 대기업 고용이 갑자기 역주행했다는 의미다. 감원 무풍지대는 자동차와 일부 유통업체 정도다. 웬만해선 인원을 줄이지 않는다는 오리온·오뚜기·남양유업 같은 회사도 각각 160~64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내년에도 불황 가능성이 크고 돌파구도 마땅치 않아 샐러리맨 위기는 심화할 것”이라며 “경제정책의 모든 역량을 일자리 확대에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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