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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일본 교과서 검정 때 "위안부 강제연행 없었다" 실릴 수도

중앙일보 2014.12.15 01:57 종합 8면 지면보기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한 아베 신조 총리가 경색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향후 한·일 관계 5대 포인트
아베 신내각 우익 대거 등용하면
'수교 50년' 관계 더 나빠질 우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자신감에 가득 찬 아베가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에 성의 있는 카드를 내놓거나 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도 “한국 정부와 언론이 오해하고 있는 건 아베 정권 때문에 한·일 관계가 꽉 막혀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미 일본 사회 전체가 ‘한국을 더 이상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걸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감성 외교’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훈풍’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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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수교 50년을 맞는 내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좌우할 5대 포인트가 있다. ▶개각 인선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 ▶아베 담화다.



 조만간 이뤄질 개각에서 아베 주변의 우익 인사들이 대거 투입될지 여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3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나아가 그 장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그 결과에 따라 한·일 분위기에 반전이 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속내는 “만나는 걸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총리 관저 관계자)에 있는 만큼 큰 기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행사로 격상할지 여부도 주목할 대목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내년 3월의 교과서 검정 문제다. 우익성향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 체제 아래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번 검정은 중학교 전 과목에 걸쳐 있어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독도 영유권 언급은 물론이고 아사히(朝日)신문 오보 사태 등을 반영해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문구가 교과서에 처음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단발성’이 아닌 만큼 한·일 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아베 담화’와 관련, 아베의 ‘우익 측근’들은 “아베 담화에선 아예 ‘무라야마·고노담화를 계승하며~’란 대목을 빼고 대신 ‘헌법개정이 필요해졌다’는 문구를 넣자”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고 한다. 내년 초에 미리 ‘아베 담화’의 ‘큰 줄거리’를 제시, 실제 내년 8월 담화 발표 때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일 외교 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내년은 ‘한·일 수교 50년’이나 ‘광복 70년’ 등의 기념적인 해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최악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물 포럼’에 나루히토(德仁·54) 일본 왕세자를 초청하는 방안도 ‘돌파구’로 거론된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물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 모임에 여러 차례 참석해 왔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도 이 같은 뜻이 전달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기 힘든 상황인 만큼 방한 효과는 제한적”(일 외무성 관계자)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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