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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 ? 예술품으로 뚝딱 … 따뜻한 미디어 아트

중앙일보 2014.12.15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공대생 출신인 방현우(오른쪽)씨와 인문대생 출신인 허윤실씨는 디자인 교양 수업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현재 10년차 부부이자 미디어아트 그룹 ‘에브리웨어’의 공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에브리웨어]


자동차 핸들을 잡고 좌우로 움직인다. 모니터 속으로 도로가 등장하고, 길거리의 전광판 위로 한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스쳐 지나간다. 실제 운전 상황이 아니다. 미디어아트 그룹 ‘에브리웨어(everyware)’의 ‘메모리얼 드라이브’라는 작품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폐자동차를 예술 작품으로 바꾸는 현대차 광고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됐다. 12년 된 산타페의 핸들과 컨베이어 벨트가 자동차 주인과 그의 가족의 추억을 담은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방현우·허윤실 부부 작가
목수인 양가 아버지 등도 동참
"다들 환호하는 작품 만들고파"



 이 작품을 만든 에브리웨어 역시 가족이 구성원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나온 방현우(36)씨와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허윤실(35)씨 부부가 주축이다. 둘은 디자인 교양 수업에서 만나 결혼, 2007년 에브리웨어라는 미디어아트 그룹을 결성했다.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국의 세계적 미술관인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2009년)을 비롯, 전 세계 내로라하는 미술관 20여 군데에 작품을 전시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두 사람에다 목수인 양가의 아버지와 허씨의 동생, 방씨의 사촌 동생이 힘을 합치며 지금의 에브리웨어가 됐다. 부부를 서울 양재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나봤다.



최근 폐차를 예술작품으로 바꿔주는 현대차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부부의 작품인 ‘메모리얼 드라이브’. [사진 에브리웨어]
 -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특별히 일관된 주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때그때 관심사를 반영해 작품을 만드는 편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공통점은 딱히 없다. 하지만 관객들은 ‘따뜻한 아날로그적 정서’라든지, ‘밝고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린다. 아무래도 목수인 두 아버지의 영향으로 목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 가족이 함께 일하는 분위기도 작품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허윤실)”



 - 디지털 거부감 내지는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거부감도 하나의 감정이다. 그분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에 대한 감정 역시 우리에겐 콘텐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만든 ‘메모리즈’라는 작품은 낡은 카메라와 브라운관 TV를 보고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서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을 찍는다. 출력된 사진은 브라운관 화면 속에 쌓인다. 오래된 전자 제품에 대한 ‘회고록’이 되는 셈이다.(허)”



 “오아시스(2008년)란 작품이 있다. 관객이 모래 장난하듯 자연스럽게 표면에 있는 모래를 걷어내면 그 안에서 작은 호수가 생겨나고 작은 물고기들이 태어난다. 관객이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우리가 (미디어아트와 관객 사이의) 하나의 다리를 놨다고 생각한다.(방현우)”



 -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아닌 일루셔니스트(마술사)였으면 한다. 보는 사람들이 환호할 수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방)”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실력파 아이돌 그룹이랄까? 사람들이 몰려와 재미있게 구경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허)”



 둘은 시종일관 서로의 생각에 맞장구를 치며 같은 생각을 동시에 말했다. 안경 역시 같은 것을 끼고 있었는데 안경점에서 동시에 같은 것을 집는 바람에 그리 됐다고 한다. 이들은 젊은 나이답지않게 후학 양성에도 공 들이고 있다. 현재 미디어아트 전용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방씨는 “미디어아트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정보통신(IT) 환경이 잘 구축돼 있는 우리나라가 유리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이 활동할 공간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싱어송라이터(미디어 아티스트)만 활동이 가능한 상황에서 싱어(미술가)와 송라이터(기술자)를 연결해 줄 기획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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