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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핵심장치 기술 이전 안돼 국산화 실패

중앙일보 2014.12.13 02:30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실패에 따른 직접적인 국부 손실은 5000억원에 달한다.


대당 21억원짜리 동력전달장치
450개 부품 중 국산화 80개 불과
그나마 한 개도 아직 납품 못해
S&T "기술이전 고의 지연 의심"
에어버스 "계약 성실하게 이행"

 독자 기술을 통한 국산 헬기 개발, 12조원의 경제적 효과라는 청사진도 물거품이 될 판이다. 감사원이 강도 높은 조사와 위약금 부과를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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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초도 양산된 수리온은 24대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까지 총 240대에 달하는 수리온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 체결된 2차 계약 66대를 포함하면 잔여 대수는 150대에 달한다. 지금까지 수리온에 공급된 동력전달장치는 모두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납품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리온 동력전달장치는 대당 21억원”이라며 “국산화 실패로 총 5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에어버스 헬리콥터에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화 실패 원인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기술 이전의 계약 당사자인 에어버스 헬리콥터와 S&T중공업은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S&T중공업은 “초기 계약단계부터 수리온 국산화는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동력전달장치에 필요한 450여 개 부품 가운데 ‘국산화’ 대상은 애초 30%(134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계약 구조도 복잡하다.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S&T중공업에 기술이전을 하면 S&T중공업이 동력전달장치 부품을 개발해 에어버스 헬리콥터에 납품하고,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다시 KAI로 납품하는 형태다. S&T중공업은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우리가 KAI에 직접 납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복잡한 납품 구조가 생긴 원인에 대한 조사도 하고 있다.



 S&T 중공업 측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고의적인 기술이전 지연을 의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 회신을 받는 데 1년 이상 걸리고, 설계도면이 수시로 바뀌거나, 기존에 없던 품질 인증 절차가 생겨나면서 개발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개발이 완료된 부품은 80여 개인데, 이 가운데 18개는 감사원 조사가 시작되면서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무더기로 개발 완료를 승인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개발된 부품마저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 S&T중공업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에서 ‘애초 계약한 134개 부품을 100% 개발완료하지 않으면 단 하나의 부품도 받을 수 없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S&T중공업과 에어버스 헬리콥터 간 계약서에는 부품 공급을 위한 양산 기준은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수리온 핵심 부품 국산화 실패에 따른 위약금도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건을 ‘국고 지원이 된 사업의 계약 불이행’으로 보고 최대 1000만 유로(약 136억원)의 위약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S&T중공업은 “에어버스 헬리콥터 측으로부터 위약금으로 약 100억원을 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만약 감사원이 KAI에 위약금을 물리면 에어버스 헬리콥터를 통해 결국은 우리가 위약금을 내야 하는 구조라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에어버스 헬리콥터 측은 “기술이전을 포함해 계약을 모두 성실하게 이행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본지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e메일 회신을 통해서다. 에어버스 헬리콥터는 ‘수리온 국산화 실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본 건을 포함해 국방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가 포괄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어 “에어버스 헬리콥터는 감사원 등 한국 관계기관의 조사에 대해 필요한 모든 협조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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