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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넓히고 인턴십 기회 많아" … 시험기간에도 홍보대사 활동

중앙일보 2014.12.13 01:01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 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마련한 정시 대입정보박람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전국 130여 대학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는 11만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렸다. 최악의 ‘물수능’으로 눈앞이 캄캄해진 학생들이 대거 찾아와 입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한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입시박람회 선봉장 대학 모델
학교 안팎서 인기, 경쟁률 수십대 1
부수입 짭짤하고 진로 개척에 도움
"인공적인 미 가미 안 된 얼굴 선호"

 그런데 박람회장에서 이들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수한 입시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각 대학의 홍보대사들이다. 130개 대학마다 이들을 선봉장으로 앞세워 수험생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숙명여대 입학홍보대사 ‘폴라리스’의 한다연(20·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씨는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다른 학교 경쟁자들의 유니폼이나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과 신입사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요즘 ‘제철’을 만난 대학 홍보대사와 기업 사내 모델이 지난 10일 스튜디오에 모였다. 각자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한 이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아마추어 모델로 다져 온 내공이 묻어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 홍보 모델들의 경쟁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대교협 박람회가 끝나면 각 대학 캠퍼스가 주무대가 된다. 대학별로 열리는 수시 합격자 대상 워크숍에서는 예비 신입생들에게 학교의 우수성을 알려 이탈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여기서도 홍보대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항공사 스튜어디스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복장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대표 선배들’은 예비 신입생들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학기말 시험기간이라 부담이 크지만 활동에서 열외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희대 ‘희랑’의 구영헌(20·호텔경영)씨는 “최소한 수업보다는 (홍보대사 일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학업 등에 있어 시간적 손해가 적지 않지만 얻는 게 훨씬 많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한국해양대에서 2년째 홍보대사 ‘사랑해’ 멤버로 활동 중인 장윤영(21·해운경영)씨는 대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활동을 연장한 경우다.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교 동아리가 시들한 편인데 홍보대사는 인기가 많아요. 선후배 모임도 잘 꾸려져 있어 인맥도 넓히고 기업체 인턴십 기회도 많습니다.”



 여기에 홍보대사 일에서 파생된 부수입도 짭짤하다고 장씨는 털어놓는다. ‘사랑해’ 활동비 월 12만원은 큰 액수가 아니지만 홍보대사로 얼굴을 알리면서 여기저기서 모델 일이 들어왔다. ‘과외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다’는 중·고등학생의 연락도 이어져 지난해 1000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외대 ‘새로미’는 대학 홍보대사 중 경쟁률이 높기로 소문이 났다. 10여 명 뽑는데 지원자가 200~300명에 달한다. 지난 3월부터 ‘새로미’로 활동 중인 이혜진(20·미디어커뮤니케이션)씨도 좁은 관문을 뚫고 ‘외대의 얼굴’이 됐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필살기를 동원했다.



 “홍보대사 심사할 때 저와 같이 도전한 친구들이 다들 평범한 장기자랑을 준비했어요. 저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한국어로 더빙해 성우처럼 ‘4번 꼭 뽑아줘요. 4번’이라고 성대모사를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뽑힐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를 했죠.”



 경쟁이 세질수록 경쟁력은 업그레이드되는 법. 홍보대사에서 캠퍼스 ‘아이돌’ 수준으로 도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KAIST에 재학 중인 오현민(20·수리과학)씨는 케이블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후 학교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지명도와 인기를 얻었다. 경희대 구영헌씨는 학생 모델로 얼굴을 알린 이후 중견 의류 브랜드의 스트리트 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그는 “단복 차림의 홍보대사 유니폼을 입고 나서면 알아보는 이들이 꽤 있다”고 했다.



 ◆ 대학들 “미인대회 수상자와 기준 달라”=그렇다면 대학들이 선호하는 홍보대사의 타입이 있을까. 학교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지만 “일반 미인대회 수상자와는 기준이 다르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일단 교풍에 맞는 학생을 찾는다. 한국외대는 ‘학구적 이미지’, 건국대는 ‘웃는 인상’, 중앙대는 ‘진취적 이미지’를 중시한다고 한다. 한국외대 이원재(39) 홍보팀장은 “남학생은 젠틀한 스타일을, 여학생은 ‘여성적’인 느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 관계자는 “인공적인 미가 가미되지 않은 얼굴을 원한다”고 밝혔다. 직설적으로 말해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외모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대학이 개방적일 것 같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보니 연예인 끼가 있는 친구들보다는 단아한 학생들을 더 선호해요. 콕 집어 얘기하자면 ‘모범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그런 친구들을 선호하죠.” 잡지 ‘대학내일’ 이정섭(34) 편집장의 말이다.



 하지만 홍보대사를 지원했다 탈락한 학생들은 외모 위주의 선발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고려대 홍보대사 심사에서 떨어진 한 여학생은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다들 키가 크고 예뻤다”며 “외모를 안 보는 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경희대 ‘희랑’ 멤버 박철규(23·호텔경영)씨도 “인상이 중요하지만 외모도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생각을 밝혔다.



 워낙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선발 과정 또한 까다롭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광고회사 전문가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공정하게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대 장윤영씨는 서류와 면접, 카메라 테스트 3단계를 거쳐 뽑혔다.



 학교 모델로 뽑히면 진로를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사례가 많다. 한국외대 ‘새로미’ 출신으로 2011년 JTBC 아나운서에 합격해 이후 기자로 전직한 박상욱(27)씨는 “학교에서 발행하는 ‘미네르바’ 잡지 모델과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경험이 방송사 합격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중앙대 ‘중앙사랑’ 김대영(25·공공인재)씨도 1년 가까이 촬영에 임하다 보니 전문가 못지않은 노하우가 생겼다. 김씨는 “지난여름 비가 오는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3주 동안 대기한 적도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무척 크다”고 말했다.



 ◆ 사내 모델도 전성시대=취업 시즌을 맞아 ‘캠퍼스 아이돌’ 못지않게 바빠진 ‘오피스 아이돌’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남진(34) 대리는 일반인 중 가장 유명해진 사내 모델로 꼽힌다. 발단은 3년 전 유튜브에 올린 ‘우리투자증권 6PM’ 동영상이었다. 사내 댄스동아리를 만들며 아이돌 그룹 ‘2PM’에서 이름을 따왔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6PM)’부터 댄스 삼매경에 빠지는 6명의 꽃미남 회사원으로 구성됐다는 뜻을 담았다.댄스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지면서 사내 광고는 물론 회사 밖에서도 섭외가 들어와 지난해에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예인과 함께 광고 촬영을 할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진다. 우정사업본부 차현주(29)씨는 “지난봄 배우 고아라씨와 함께 광고 촬영을 했는데, TV에서만 보던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꿈만 같았다”고 했다.



 김홍기(30)씨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 경력에 힘입어 농협은행의 ‘얼굴’이 됐다. “예쁘게 웃는 게 장점”이라는 김씨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여성스러운 외모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유자다. 그는 “고객의 돈을 맡는 금융회사의 일원으로서 미소에 신뢰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 유통회사 사내 모델로 활약 중인 김신우(32)씨는 조금 특이하게 발탁됐다. 홍보 영상 제작보고회를 하던 중 대표가 갑자기 “김 대리가 하지”라고 즉석에서 명령을 하는 바람에 졸지에 모델 데뷔를 하게 됐다. 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자사 광고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살짝 얼굴만 비친 게 아니라 ‘30초의 마술’이라는 광고에서는 연기도 펼쳤다. 별도의 광고료나 혜택을 받은 건 없지만 “추억을 만든 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한상필(53·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사원이 직접 모델을 하면 친밀감을 높일 수 있어 기업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며 “여기저기 중복 출연하는 연예인에 비해 오히려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으로서 자신이 속한 회사의 홍보 일선에 선다는 취지인 만큼 대개 사내 모델에게 후한 보상은 없다. 공모를 통해 ‘회사 얼굴’을 선발한 한 증권회사는 상품권 정도가 보상의 전부였는데도 선발을 위한 인트라넷 공모 경쟁이 무척 치열해 자기소개서에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 사람들만 뽑혔다는 얘기가 돌았다.



 뜻밖의 보상이 따르는 경우도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에 ‘회원 모델’로 발탁돼 일반인에게도 얼굴이 꽤 알려진 임모(29)씨는 보상으로 ‘공짜 소개팅’을 두 번 주선받았다. 그것도 고급 상품에 해당하는 ‘1000만원 멤버십’ 자격으로 만남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글=김영주·김보영 기자, 문선영·조은비 인턴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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