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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알려주는 앱 10여 개

중앙일보 2014.12.13 00:36 종합 22면 지면보기
‘오늘 서울에서 남양주 덕소 방면으로 가는 길에 (음주)단속 있나요?’


“서울서 덕소 방면 음주단속”
경찰, 정보 새 나가 골머리
법원 "공익 저해" … 제작사, 항소

 지난 9일 오후 11시쯤 ‘더더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서울지역 이용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한 시간쯤 후 이 글에 비공개 아이디를 쓰는 누군가가 ‘지금 단속 안 하고 있어요’란 댓글을 달았다. ‘더더더’는 경찰 음주단속 시간·위치정보를 이용자들끼리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앱이다. 차를 탄 이용자가 음주단속이 이뤄지는 장소를 구글(google)맵상에 직접 등록하거나 앱 내 커뮤니티에 단속 정보를 올리는 방식이다. 11일 기준으로 이용자가 82여만 명에 달한다.



 ‘더더더’ 같은 음주단속 정보 제공 앱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현재 구글플레이에 10여 개가 올라와 있다. 모두 음주단속 지점이 어디인지를 지도상에 보여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원하는 기능은 앱마다 조금씩 다르다. ‘삐뽀삐뽀’는 교통사고, 고장 신호등 위치를 추가로 알려 주고 ‘피하새’는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단속 정보를 지도상에 표시한다. 단속 지점에 접근하면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는 앱도 있다. 1700만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플래닛의 T맵 교통 정보 서비스에도 경찰 교통단속 정보 기능이 포함돼 있다.



 경찰에게는 음주단속 정보 제공 앱이 골칫거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우성일(60) 팀장은 “현장에서 음주단속을 하다 보면 단속 시작 한 시간쯤 지나 적발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앱을 보고 단속 지점을 피해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두 달간 음주음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앱을 통해 운전자들 사이에서 단속시간·지점이 공유되는 것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경찰청은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앱에 대한 운영 중단 심의 요청을 했지만 “시정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은 “앱이 제공하는 기능의 불법성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교통안전국 관계자는 “구글코리아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앱 삭제 요청을 해 지워져도 제작사 측이 곧바로 다른 계정으로 앱을 올리곤 한다”며 “시정명령이나 권고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앱 제작사 측은 “일부 사용자의 악용 가능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앱의 본래 목적이 술을 마셨을 때 대리운전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므로 서비스를 중단할 뜻은 없다는 입장이다. ‘더더더’의 제작사인 SH에이전시 신모(37) 이사는 “실제로 앱을 통해 대리운전을 부른 이용자가 지난 8월에 비해 최근 4배가량 늘었다”며 “과거 경찰도 음주운전 예방 효과가 있다며 음주단속 사전예고제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제 와서 우리 서비스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지방경찰청은 2011년 12월 트위터로 음주운전 단속 날짜와 장소를 예고했고, 울산지방경찰청은 같은 해 2월 음주단속 사전예고제 시행 후 적발건수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주단속 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지난 3월 ‘삐뽀삐뽀’ 제작사인 오큐파이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경찰청이 지난해 10월 “범죄를 조장하고 공익을 저해한다”며 구글코리아에 앱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내 ‘삐뽀삐뽀’ 앱이 두 달간 삭제 조치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8월 “앱이 공익에 반할 위험이 있다고 경찰이 판단하고 공문통지를 보낸 절차상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즉각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정우(38) 오큐파이 대표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을 앱에 노출시켰는데도 법원이 공익에 저해된다고 판단한 것은 앱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앱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직장인 김영우(29)씨는 “지도상에 표시되는 단속 지점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 앱을 통해 단속을 피해 갈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운수업 종사자인 박모(37)씨는 “차량 정체를 유발하는 단속 구간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점도 있지만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크기 때문에 앱 서비스를 중단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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