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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찌라시와 카더라 통신 … 진실보다 루머에 혹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4.12.13 00:16 종합 27면 지면보기
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246쪽

1만3000원




‘찌라시’가 망령처럼 떠도는 세상이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그 내막을 좇는 토막글이 ‘…의 진실’이란 제목을 달고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퍼진다. 진실은 저 먼 곳에 있다. 온갖 ‘카더라 통신’과 음모론이 난무한다. 음모론은 달콤하고 치명적이다. 특히 정부와 수사 당국, 언론이 신뢰를 잃었다면 더욱 그렇다.



 전상진(51)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을 한국 사회의 주요한 증세로 바라본다. 그는 어쩌다 음모론이 들끓게 됐는지, 음모론이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정치 세력들은 어떻게 음모론을 활용하는지 분석해 첫 번째 책을 펴냈다. 『피로사회』 『단속사회』 『잉여사회』처럼 최근 한국 사회를 하나의 단어나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책이다.



 저자는 왜 음모론이 활개친다고 봤을까. 저자는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1864~1920)의 ‘신정론(神正論)’을 소환한다. 신정론은 고통, 악, 죽음과 같은 현상을 신에 의거해 정당화하려는 믿음 체계를 말한다. 저자는 오늘날 음모론이 신정론과 동일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의 불합리한 문제와 고통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와 책임자를 밝혀줌으로써 우리를 유혹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상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불안정하며 불안전해지고 있다.



 물론 음모론은 위험하다. 저자는 대화와 타협, 관용이 없는 음모의 세계에 민주주의의 비판과 감시의 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신념과 다른 결과를 부정하게 마련이다. 또 정치인들의 음모론을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이용한다.



 책을 읽고 나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으며, 위정자와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다. 정윤회의 국정 개입 논란, 세월호 참사의 전말 등 밝혀야할 진실이 산재해 있다. 그래도 기대를 거는 건 음모론의 비판 기능이다. 저자는 음모론이 전복적인 힘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사회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베버가 말한 책임감과 균형감각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저자는 음모론에 대한 선행 연구자료, 소설, 기사 등을 끌어와 성실하게 논리를 전개한다. 얇지만 지금 한국 사회를 정확히 꿰뚫는 책이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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