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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동성애 남자 이야기

중앙일보 2014.12.13 00:05 종합 32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삼십대 중반쯤 일이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스터디 모임에 그날은 한 남자가 끼어 있었다. 첫눈에 그는 초연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는데, 얼마 후 알아차린 사실은 그의 눈빛에 끈적한 욕망이 깃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처럼 담백한 시선과 고요한 태도를 지닌 남자를 전에는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느낀 특별한 매혹이 그의 동성애 성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잠깐 품었던 흑심을 접은 일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나의 취향 하나를 알아차렸다. 과도하게 남성성을 자랑하는 남자보다 편안하게 여성성을 드러내는 남자와 관계 맺기가 수월하다는 것.



 프로테스탄티즘의 나라 미국 법원에서 동성애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 전국의 정신분석학자·심리학자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모든 전문가는 법원에 똑같은 답을 회송했다. “그들은 발달이 정지된 상태일 뿐이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그들이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무의식, 혹은 내면아이라 일컬어지는 덜 자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유아기 의존성에 고착된 이도 있고, 구강기 탐욕이나 항문기 강박 성향에 고착된 이도 있다. 동성애자는 성기기나 오이디푸스기에 고착된 내면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내면의 심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고, 그 결여된 요소를 인간의 조건이라고 믿는다.



 “나는 ‘정상적’ 성적 행동은 고전적 정신분석가들이 가정했던 것보다 훨씬 포괄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성적 병리, 특히 성도착에 대한 정의는 대상관계에 대한 고려까지 포함해야 하며, 성적 행위와 관련된 내용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인용문에서 ‘나’는 미국의 현대 정신분석학자 오토 컨버그다. 그는 동성애를 비롯한 남성의 성적 문제를 광범위하게 연구했으며 그 원인을 초기 부모와의 대상관계에서 찾는다. 모든 이의 내면에는 동성애적 요소가 존재하며, 그것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든다. 과도하게 도착적이거나, 과도한 죄의식에서 그것을 비난하거나.



 이성애, 레즈비언, 게이 커플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세 종류의 커플 중 게이 커플이 가장 고학력 고소득이라고 한다. 물론 레즈비언 커플이 가장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도 열악하다. 레즈비언 친구를 가진 여성 입장에서 사회적 상위를 점하고 있는 게이 커플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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