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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배럴당 50달러대 진입…유가하락은 야누스의 얼굴

중앙일보 2014.12.12 20:06
국제 기름값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배럴당 60달러선도 무너졌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59.95달러를 기록했다. 12일 전자거래에서는 배럴당 58달러대까지 내려갔다. 2009년 7월14일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저치다. 6월 이후 45% 가량 떨어졌다. 11일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도 배럴당 63.73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트래디션에너지의 진 맥길런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자유낙하(Free Fall)하고 있는데 아직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세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석유수출국 기구(OPEC) 등의 과잉 공급이 맞물린 탓이다. 9일 OPEC이 내년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줄여서 발표하며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같은 날 미국 석유 재고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발표까지 더해지며 가격 추락을 부채질했다. 이란 석유부 관계자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유가는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하락은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전반적으로 산유국의 부를 원유 수입국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일수록 수입 비용이 줄어 경제에 도움이 된다.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같은 곳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



리서치업체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유가변동에 따른 2015~16년의 45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수혜자는 원유 수입국이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머물면 해당 기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필리핀(경제성장률 7.6%), 중국(7.1%), 인도(6.7%)도 저유가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40달러의 유가가 지속하면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유가하락은 세금 감면과 같은 것으로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하락은 내수와 소비심리를 개선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러시아다. 유가가 40달러에 머무를 경우 경제성장률은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치킨게임’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0.1%)는 간신히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CNBC는 “유가가 떨어지며 미국 등 원유 수입국이 누리는 여유는 산유국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고 보도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 급락과 중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 하락 등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가가 충분히 떨어진 만큼 앞으론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산업구조 조정 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정상 궤도를 회복하면 유가는 다시 회복될 것이다. 향후 5년간 배럴당 60달러가 유가의 적정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BS는 “앞으로 12개월간 유가는 배럴당 65~75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현옥ㆍ염지현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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