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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사과문 발표 막전막후

중앙일보 2014.12.12 14:35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의 모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2일 낮 1시30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현택 기자]




12일 오전 11시 40분.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은 시각이다. “조양호 회장 오후 1시 30분 대한항공 본사에서 입장발표 예정.”



택시를 타고 대한항공 본사로 향했다. 서울 공항동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는 공교롭게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출두할 예정인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 옆 건물이었다. 대한항공 본사는 입장할 때에도 비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다. 기자 역시 몇 차례의 실랑이 끝에 간신히 비표를 받을 수 있었다.



기자가 대한항공 본사 7층 중역실 입구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 30분. 직원들은 뻥 뚫린 로비에서 초초하게 삼삼오오 앞으로 있을 조사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창문을 가리키며 “저 건물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사받는 감독관실이냐”는 말을 하고, 다른 직원은 전화기에 “기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대한항공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지의 여부”라는 말을 하며 쏜살같이 걸어갔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1층에는 홍보실 관계자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오후 1시가 되자 각 층에 직원 2명씩 배정됐다. 7층 음료수 자판기 앞에서 서성이던 기자도 1시에 나타난 직원의 ‘안내’에 따라 1층으로 내려와야 했다.



1시 20분부터 대한항공 측은 마이크를 설치했다. 취재진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200명을 넘어서자, 조 회장의 말이 들리지 않을 것을 대비한 조치다.



조 회장이 내려온 것은 1시 29분.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조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오른손에 준비한 원고를 말아 쥐고 있었다. 5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 동안 그는 수 차례 고개를 숙이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것 같다” 등의 말을 했다.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랍니다. 저를 나무라 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



기자회견을 마치고 뒤돌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조 회장에게 ‘뻔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참담합니다.”



그리고는 거의 눈을 감다시피한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조 회장을 참담하게 한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사과가 진행된지 1시간 30분 뒤인 오후 3시부터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두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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