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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폭행에 "헤드기어 쓰고 순찰 돌아야" "땅콩 사건 연상" 비난 속출

온라인 중앙일보 2014.12.12 09:57
‘아파트 경비원 폭행’. [사진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 경비원이 분신해 숨진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 폭행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umdanhara’ ID를 쓰는 시민은 중앙일보 기사에 올린 댓글에서 “용역회사 경비원들에게 반드시 ‘마우스피스’와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순찰을 돌게 하라”고 감정을 표현했다. 경비원이 폭행 당하는 현실을 풍자한 글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빗대 경비원 폭행 사건을 비판한 의견(wildwhale)도 올라왔다.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10일 오후 6시20분쯤 아파트 입주민인 20대 남성 A씨가 아파트 정문 경비원 이모(56)씨를 아파트 상가로 불러내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이씨에게 “왜 불쾌하게 쳐다보느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경비원 이씨가 “쳐다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자 A씨는 주먹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A씨의 폭행은 다른 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후 멈췄다. 경비원 이씨는 코뼈가 주저앉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비원 이씨는 경찰에 폭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A씨 가족들의 거듭된 사과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합의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비원 폭행 사건이 벌어진 S아파트에서는 지난 10월 7일 아파트 경비원 이모(53)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벌어져 파문이 일었다. 당시 분신한 이씨가 입주민들로부터 폭언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육체 노동과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경비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같은 아파트에서 이번엔 경비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경비원들이 비인간적인 대우에 시달려왔다는 증언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민주노총은 경비원 사망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입주민의 일상적인 인격 무시, 폭언 등이 누적된 게 이씨의 자살 기도 원인”이라며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폭행ㆍ폭언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경비원들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동료 경비원에 따르면 이씨는 일부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한 경비원은 “어느 아파트 입주민은 5층에서 먹던 떡이나 과일을 던지는 등 모욕감을 줘 이씨가 힘들어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감시ㆍ단속직종으로 분류되는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의 예외를 규정한 이 법 63조에 따라 근로시간ㆍ휴게시간 등의 적용을 사실상 받지 않는다.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임금도 올해까지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됐었다. 노동강도가 약하고 대기시간이 길어 업무시간 중 휴식시간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경비원들의 업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분리수거, 택배 보관, 주차 관리, 민원 처리, 제초 업무 등을 가욋일로 하고 있다. 식사ㆍ수면도 경비초소 안에서 한다. 업무와 휴식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사실상 24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강남의 C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전모(59)씨는 “경비원이 아파트 경비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업무시간에 휴식시간이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한 평짜리 공간에서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 것을 휴식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경비원들은 일보다 주민들 상대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10명 중 3명(35.1%)은 주민들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보고서는 “정신적ㆍ언어적 폭력은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당하는 경우 불안장애ㆍ우울증 등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분신자살을 기도한 이씨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주민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0년 6월 창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이모(65)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는 유서에 “아무 잘못 없이 폭행을 당하고 보니 머리가 아파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후 경비가 언어폭력과 구타를 당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이씨는 자살 전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멱살을 잡히고 얼굴을 수차례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폭행에도 아파트 경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대부분이 비정규 계약직이라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경비원은 아파트 내 온갖 잡일을 도맡아하면서도 택배를 잘못 보관했다는 주민 민원 전화 한 통으로 해고당하는 처지”라며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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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폭행’.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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