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윤회 측 "박지만, 미행자 자술서만 내면 끝"

중앙일보 2014.12.12 01:31 종합 3면 지면보기
검찰이 ‘정윤회씨의 박지만 EG 회장 미행’ 의혹 사건에 대해 연내에 최종 수사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정윤회(59)씨가 관련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 기자를 고소하면서 시작됐음에도 수개월째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박지만(56) 회장에 대한 미행 지시자’로 지목된 정씨가 지난 10일 검찰에서 “누명을 벗기 위해 박 회장과 내 지시로 미행을 했다는 용역회사 직원과 3자 대질이라도 하겠다”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특히 정씨는 이 사건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진원지라고 여기고 있다. 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내가 미행시켰다는) 잘못된 주장을 해서 비선 실세 의혹이 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미행설 진위 연내 규명키로
정씨, 3자 대질 요구로 분위기 급변
박지만 "정씨 당시 오해라고 주장 … 눈물 흘리는 모습 가증스러웠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할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시사저널은 지난 3월 23일 미행 의혹 사건을 처음 보도했다. 당시 보도된 대로 지난해 11~12월 박 회장의 벤츠 승용차를 한 달 동안 미행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있었는지, 정씨가 미행 지시자인지가 핵심이다. 박 회장은 한 달간 미행을 지켜보던 끝에 자택 앞 골목길에서 해당 운전자를 붙잡았다고 했다. 현장에서 운전자로부터 “나는 용역업체 직원이며, 정씨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자술서 여러 장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 측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11일 “대통령 동생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라, 말라 하긴 어렵지만 사실 박 회장이 그 자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면 벌써 끝났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술서가 아니더라도 미행했다는 용역업체 직원의 이름 석 자와 신원만 공개하면 쉽게 진실이 드러날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용역업체 직원이든 택배업체 기사든 미행했다는 사람을 조사하면 누구 말이 맞는지 밝혀질 일”이라며 “직원들의 업무일지 같은 기록과 돈을 누가 지불했는지 확인해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대형 비리 사건이나 뇌물 사건도 아닌데 검찰이 서면 답변서 하나 못 받고 5개월째 시간만 끌어 대형 의혹으로 키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정씨도 앞서 본지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보도를 보고 이틀 뒤 박 회장 집으로 찾아갔다. ‘자술서를 보여 달라’고 하자 그때는 박 회장이 ‘보여 주겠다’고 하더니 이후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잘못을 한 건데, 그걸 왜 덮고 넘어가느냐”고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이날 지인들에게 밝힌 내용은 정씨의 주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박 회장도 당시 정씨가 찾아온 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박 회장이 기억하는 만남의 분위기는 달랐다. 박 회장은 “당시 정씨가 ‘나도 딸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일(미행)을 했겠나. 오해이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이 가증스러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시사저널 보도대로 미행 사건 직후 청와대에 항의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당시 박 회장은 “내가 너무 화가 나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경위를 파악해 보십시오’라고 요청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박 회장은 자신이 언론에 드러나면 대통령인 누나에게 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래서 손해 보더라도 꾹 참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뭔가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때를 대비해 각종 자료를 모아 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현직 대통령의 동생인 점을 감안해 서면조사 또는 방문조사를 하는 방안과 직접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 여부를 밝히기 위해 박 회장을 직접 부를지 여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