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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장은 불평등 줄여 … 지식산업 자랄 환경 만들라"

중앙일보 2014.12.12 00:39 경제 3면 지면보기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폴 로머 뉴욕대 교수(왼쪽)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좋은 성장은 불평등을 줄인다.”

폴 로머 교수·박용만 회장 대담
로머 "기업들 경쟁이 성장 동력"
박용만 "시장 진입규제 없애야"



 폴 로머(59)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성장 이론의 대가답게 성장을 강조했다.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에서다. 다만 로머 교수가 강조하는 성장은 일부 기득권층이 과실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이익이 되는 성장을 말한다. 그래서 ‘좋은 성장’이다. 그는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이 가능한 여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좋은 성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사회에 대해 로머 교수는 “한국은 지금 전환기에 있다”며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것이 성장의 추진력이 될 수 있다”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 정책은 정부 주도, 중화학 공업 위주로 진행됐다”며 “이제는 민간 시장에서 지식산업이 자라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로머 교수는 전통적 경제학에서 제시한 생산의 3요소(토지·노동·자본) 대신 사람·아이디어·재료(things)를 새로운 3요소로 제시한 인물이다. 기술혁신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이론으로 주목을 받았다. 강연 후 짬을 낸 로머 교수의 ‘티 타임’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함께 했다. 박 회장은 CEO서밋 개회사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의 기업인이 이 시대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과 혁신으로 무장해 새로운 역동성을 찾아내 세계의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화 내용.



 -한국에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가.



 폴 로머(이하 로머)="한국은 다른 나라에 성장 경험을 전해줘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추격 성장 전략으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순간 성장이 둔화한다. 한국도 그 시점에 왔다. 선진국 그룹으로 진입하려면 경제 구조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지식산업, 실험적 시도 같은 새로운 전략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박용만(이하 박)="농업 중심에서 제조업·서비스업 위주의 경제 체제가 됐다. 앞으로는 지식 위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기업의 역량이 집중될 것이다.”



 -한국은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로머="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이 필수적이다.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을 사옥으로 사용했던 유통업체 시어스는 요즘 시들하다. 저비용을 앞세운 월마트 에 눌려 구조조정과 파산을 걱정할 판이다. 이게 진짜 경쟁이다.”



 박=" 한국에는 많은 산업에 진입규제가 있어 신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규제를 없애 자유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하면 전체 효율이 높아지고 전체 파이도 커진다. 과거처럼 정부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로머="(경쟁은) 얼마나 큰 기업이 쪼개졌느냐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신규 기업이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했느냐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에 빠지고 있다.



 박="전문가들의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뎌서 (국민의) 마음이 어둡고 답답하다. 그러나 전 세계 경제가 회복추세에 있는 것은 자명하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성장과 부의 확대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집중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



 로머="혁신이 가능하고 더 많은 실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변환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제는 더 많은 개방을 통해 자유와 경쟁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로머="성장에서 도시화가 중요하다. 서비스산업은 물론이고, 지식산업도 도시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급성장한 한국·중국에선 도시화도 급격히 진행됐다. 태국 방콕은 중심부에서 1㎞만 떨어져도 차로가 없는 곳도 있지만, 뉴욕은 1811년부터 격자형으로 도로 인프라를 갖춰왔다. 전 세계에서 50억명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는 시대가 온다. 그때를 대비한 도시화 정책이 필요하다.”



부산=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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