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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왕궁 월성, 베일 벗는다

중앙일보 2014.12.12 00:38 종합 25면 지면보기
신라 왕궁이 있던 경주 월성(月城) 유적지 전경. 문화재청이 왕궁 복원을 목표로 이 지역의 조사·연구를 시작했다. [사진 문화재청]
신라 1000년 세월의 흔적이 묻혀 있는 경주시 인왕동 387-1번지, 흔히 경주 월성(月城)이라 불리는 유적지가 한국 고고학계가 주목하는 무대로 떠올랐다. 파사 이사금(왕) 22년(101년)에 건설돼 신라가 멸망한 경순왕 9년(935년)까지 번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달의 모양을 닮은 왕성이라 월성이라 불렸다. 발굴의 손길에서 비켜나 처녀지로 남아 있던 사적 제16호 월성이 10년에 걸쳐 500억 원을 투입하는 조사 연구를 시작한다.


발굴 조사 시작 … 10년간 500억 투입

 11일 오전, 월성 일대는 우람한 소나무들이 찬바람을 견디며 황량한 벌판을 지키고 있었다. 천년 왕국의 영토를 호위해온 겨울나무의 위용이 장관이다. 얼음 보관 창고 유적인 석빙고(石氷庫) 앞을 중심으로 12일 고유제(告由祭)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최맹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월성에 대한 지표 조사, 지하 레이더 탐사, 식생 및 고지형 연구 등이 이뤄졌으나 모두 기초 조사에 불과했고 왕궁 실체에 대한 발굴은 이제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시굴(試掘) 단계이긴 하지만 신라 왕성의 정치·경제·문화를 총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다량의 보물급 유적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이다.



 총면적 20만7528㎡ 중 C지구로 구획된 5만7000㎡(약 1만7000평)에 대한 1차 시굴은 다음 주 초에 시작해 3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10~20㎝만 파 들어가도 기와 조각 등 유구가 나오는 상황이라 토층을 파악해가며 앞으로 투입할 인력 규모나 인접 기관 협력 여부 등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격자 모양 시굴갱을 60개 정도로 구획해 파 나가지만 관광객을 위한 통로는 충분히 확보할 예정이다.



 ‘경주 역사문화 창조도시 조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특히 왕궁 복원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1979년부터 추진됐던 유업이다. 35년 만에 대물림으로 진행되는 경주 월성 복원의 미래가 영광을 위한 속도전이 아니라 노송(老松)처럼 천천히 단단하게 이어지기를 전문가들은 바라고 있다. 



경주=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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