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를 흔든 시 한 줄] 김종민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

중앙일보 2014.12.12 00:10 종합 32면 지면보기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새 길 내는 이들에 대한 격려
자기 확신으로 나가라는 주문

道行之而成



사물은 불러서 그리 된다.



物謂之而然



- 장자(莊子·BC 369~289?) 제2편 ‘제물론’ 중에서





장자는 살육과 전쟁, 권모와 술수의 전국시대를 살았다. 난세를 이기는 현실적 지혜를 소요유(逍遙遊)부터 천하(天下)까지 33편 6만5000자에 달하는 매우 어렵지만 아름다운 글로 남겼다. 날개를 한 번 치면 파도가 삼천리 치솟고, 태풍이 불며, 구만리를 난다는 거대한 새 붕(鵬)은 젊은 상상에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돈 속에서 자유를 좇는 우화와 비유, 풍자와 역설은 큰 위로가 되었다. 무위이치(無爲而治), 일부러 하지 않아도 정치가 된다는 말은 솔깃했었다. 그래도 내 마음을 가장 흔든 것은 이 시였다.







 처음 해보거나, 남들이 하지 않던 일을 할 때마다 떠오른 구절이다. 길은 애초에 없었고 가야 만들어진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면서도 오히려 도전적이며 유혹적이다. 새 길 뚫기는 힘들고 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된다고 하면 된다는 자기 확신을 대구로 삼은 것이 압권이다.



 1998년 원로 한학자 안병주 선생께 장자를 배우면서 그 사상의 광대무변한 활달함에 거듭 감탄하곤 했다. 이제 콘텐트 생산을 독려하고 돕는 자리에 서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난감하다 보니 장자 말씀이 한층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길을 뚫으면 다 잘 될 것이다, 오늘도 이 시구로 나를 다독인다.



 장자는 제22편 지북유(知北遊)에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아니하고(知者不言),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言者不知)’고 했다. 시 한 줄 소개가 두려웠던 까닭이다.



김종민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전 문화부 장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