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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대까지 떨어진 헤비 패딩, 이유가 있었네

중앙일보 2014.12.12 00:10 경제 7면 지면보기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저렴한 합성보온재 웰론를 넣어 만든 패딩점퍼를 고르고 있다. [사진 이마트]


한겨울용으로 속에 보온재를 아주 두툼하게 넣은 이른바 ‘헤비(heavy) 패딩’ 가격이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마트데이즈는 올 겨울 헤비패딩 점퍼를 4만9900원에 내놓았다. 전세계 오리털의 70~80%가 생산되는 중국에서 지난해 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크게 번져 오리털 가격이 70% 가량 급등했는데도 패딩 값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중국 오리 AI의 역설’은 아웃도어 업계가 너무 값이 오른 오리털을 대체할 보온재를 찾아 나섰기 때문에 발생했다.

작년 중국 AI 창궐, 오리털 값 급등
합성충전재 ‘웰론’ 등으로 대체
값 오리털의 17분의1인 소재도
업계, 원가 줄인 제품 속속 출시



 올 겨울 패딩점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해 11월쯤 오리털 원료를 구입해야 한다. 1㎏에 AI 여파로 35~40달러 정도하던 오리털(솜털 80%, 깃털 20% 기준)이 지난해는 6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마트데이즈 이정우 바이어는 “가격도 높고 원자재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대체 소재를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데이즈는 올 겨울 패딩점퍼 11종류 중 9종류에 오리털이 아니라 대체소재인 ‘웰론’을 썼다. 국내 섬유업체인 세은텍스가 개발한 합성충전재다. 합성소재인만큼 가격도 1kg에 3.8달러 수준으로 일정하다. 오리털의 17분의 1 수준이다. 오리털을 쓴 다른 제품은 지난해보다 가격을 40% 가량 올려야 했다. 웰론 제품은 출시 두 달만에 1만여개가 팔렸는데 오리털 제품은 매출이 14% 감소했다.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도 올 겨울 앞다투어 합성 충전재 제품을 내놓았다. 오리털 품귀 현상과 함께 오리털의 기능적 한계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오리털은 몸에서 땀이 나서 젖게 되면 털이 뭉치면서 보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솜털 사이 공기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세탁이 까다롭고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반면 합성보온재는 수분에 강해 세탁을 해도 쉽게 원래 형태를 찾는다. 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 마무트의 김지형 마케팅팀장은 “야외 활동 때는 땀·눈·비·습기에 노출되기 쉽다”며 “특히 겨울철 산행 때는 합성보온재가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마무트는 아융기락이라는 독자적인 소재를 이용해 ‘마란군 재킷’을 내놓았다. 노스페이스도 자체 개발 소재인 VX를 이용한 ‘VX 슬림재킷’을 출시했다.



 아동복도 합성소재를 쓰고 있다. 아동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인 섀르반도 미국 3M에서 개발한 신슐레이트 충전재를 ‘플레이월드’라인에 100% 적용했다. 섀르반 김수연 디자인실장은 “어린이가 날씨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놀 수 있도록 오리털처럼 가볍고 따뜻하면서도 원가도 저렴한 신소재를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오리털의 보온력이 합성충전재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는 ‘절충안’을 택한다. 땀에 젖을 수 있는 부위는 합성충전재를 쓰고, 나머지 부분은 천연소재로 채우는 식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는 자체 소재인 ‘옴니히트 인슐레이션’을 피부와 닿는 부위에 사용하고 헝가리산 거위털로 보온성을 높인 ‘마운틴 예일 다운재킷’을 선보였다. 아이더도 안쪽에는 동그란 구조로 가볍고 형태 회원이 빠른 퀸볼 소재를 쓰고, 바깥에는 거위털을 넣었다. 라푸마는 옷깃·겨드랑이·소매부분에만 거위털 대신 3M 신슐레이트 소재를 쓴 ‘프레시히트 헬리오스2’를 내놓았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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