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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포대 눈썰매 ‘씽~’ 추억 솔솔, 재미 쏠쏠~

중앙일보 2014.12.12 00:03 Week& 1면 지면보기
눈밭에서 비료포대 썰매를 타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린 아이들. 올 겨울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웃음을 찾아주면 안될까? 전북 부안 우리밀마을에서.


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윤배근(49)씨는 요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보면 흐뭇하다. “올 겨울 방학에도 시골에 놀러가자”며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있어서다.

[커버스토리] 겨울 농어촌체험



아들이 말한 시골은 다름 아닌 농어촌체험마을이다. 윤씨는 올 1월 아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 수미 마을로 빙어 낚시를 갔다왔다. 처음에 고기는 잡히지 않고 매서운 칼바람에 시달렸다. 춥다고 칭얼대던 아들은 한 마리, 두 마리 빙어가 잡히기 시작하자 그 재미에 푹 빠졌다. 잡은 빙어를 구워 먹으면서 윤씨 부자는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윤씨가 농어촌체험마을로 여행을 떠난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방학에도 놀지 못하고 ‘학원 뺑뺑이’를 돌고, 집에서는 방에 처박혀 게임만 하는 아들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래도 방학인데…’라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아들 손을 잡고 끌고 간 곳이 겨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빙어낚시터였다.



윤씨는 올 겨울에도 아들과 갈 만한 농어촌체험마을을 찾고 있다. 이번엔 얼음이 언 논에서 썰매도 타고, 팽이치기도 할 수 있는 그런 마을로 갈 작정이다. 아빠 세대들이 즐겨했던 ‘추억의 놀거리’를 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이런 옛날 놀이가 부모와 자식 간, 아니면 세대와 세대 간을 이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윤씨 생각이다.



한 꼬마가 경기도 양평 수미마을에서 빙어를 잡고 좋아하고 있다.
여름 농어촌체험마을은 주로 자연을 벗삼아 논다.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에 산과 강·바다·갯벌·동굴 등 자연이 곧 체험장이다. 반면 추운 날씨 탓에 겨울 농어촌체험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어서 아쉽긴 하다. 대신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나고, 쏠쏠한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 많다. 모닥불에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으면서 얼굴은 숯 검댕이 돼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연을 날리다 보면 볼은 빨갛게 얼고, 손이 곱아서 잘 펴지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재미에 추위쯤은 잠시 잊게 된다. 아니면 눈 덮인 들판에서 그냥 눈싸움만 해도 좋고, 눈 쌓인 언덕에서 비료포대를 타고 씽씽 달려도 마냥 즐겁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week&이 겨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농어촌체험마을 20곳을 골랐다. ‘추운데 뭘 밖에서 노느냐’라고 하지 마시라. 그건 부모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학원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학습장에서 하루 정도는 신나게 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하루·이틀 정도는 아이들 손을 잡고 ‘자연공부’를 시키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잃는 것보다 얻어 오는 것이 분명 더 많을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잊혀졌던, 아니면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 간의 ‘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글=이석희·백종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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