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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김지석, 삼성화재배 첫 우승 … "결혼 뒤 인생 관조, 바둑 잘 돼"

중앙일보 2014.12.11 00:17 종합 28면 지면보기
10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결승전 2국에서 김지석 9단(왼쪽)이 탕웨이싱 9단과의 대국에서 이긴 후 복기하고 있다. 김 9단은 한국에 2년 만의 세계대회 우승을 안겨줬다. [사진 한국기원]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 2년 만의 한국 세계대회 제패-.

결승전서 탕웨이싱에 2대0 완승
중국의 8연속 세계 제패 막아
박정환과 내년 2월 LG배 우승 다툼



 김지석(25) 9단이 이룬 쾌거다. 김 9단이 9~10일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서 열린 제19회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탕웨이싱(唐韋星·21) 9단을 2대0으로 누르며 정상에 올랐다. 한국으로선 2년 만의 세계대회 우승컵이다. 2012년 12월 이세돌(31) 9단의 삼성화재배 제패 이후 번번이 중국에 무릎을 꿇었던 한국이다. 그간 중국은 세계대회를 7차례 석권했다.



 이번 대회는 처음부터 한·중의 백중세였다. 16강전에 한국 7명, 중국 8명, 일본 1명이 올랐다. 8강전엔 한·중이 각각 4명을, 준결승엔 각각 2명을 올렸다. 긴장감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김 9단의 우승은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김 9단은 올 들어 승률 74.6%(56승19패)를 올렸고, 세계대회 14승1패를 기록했다. 11월엔 LG배 결승, 5일에는 국수전 결승에도 진출했다. 더욱이 탕 9단에겐 4승1패로 앞서고 있었다.



 김 9단의 우승으로 향후 세계 바둑계의 관심은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누가 세계대회 2회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다. 2012년 이후 한·중의 어느 기사도 다가서지 못한 기록이다. 그간 일곱 번 세계를 제압한 중국이었지만 우승자는 모두 달랐다. 2회 우승의 영광은 김 9단과 박정환(21) 9단 중 한 명에게 돌아간다. 둘은 2015년 2월 LG배 결승에서 만날 예정이다. 박 9단은 2011년 후지쓰배를 차지했었다. 일반적으로 1회 우승에 그치면 추진력이 달려 기사 생명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평상심의 재확인이다. 이번 결승전 전날 두 기사 모두 마음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김 9단은 “인생의 경험이 중요함을 느낀다. 결혼하고 인생을 관조하면서 바둑이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탕 9단도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관건이다. 평상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성룡(38·9단) 대표팀 전력분석관은 “한·중 간 세계대회 결승이라 심리적 부담이 크다. 평상심이 강조되는 이유”라며 “앞으로 한·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테니 마음훈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김 9단도 이 점을 내세웠다. 그는 “입단 후 가장 큰 목표를 하나 이뤄 기쁘다. 느긋한 마음으로 대국에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세계대회 우승도 좋지만 좋은 기사로 남고 싶다. 곁에 있던 목진석(34) 9단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목 9단은 적지(敵地)로 홀로 떠난 김 9단을 위해 대국장까지 따라갔다.



 셋째, 김 9단의 기세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이냐다. 어릴 적 김 9단을 지도한 오규철(62) 9단은 “6세 때 처음 본 지석이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바둑을 두는데 그렇게 세련될 수가 없었다. 날카로움과 세련됨이 이세돌(31) 9단의 어릴 적과 똑같았다. 한번 가르쳐보고 싶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마음이 여린 부분이 있어 박정환(한국 랭킹 1위) 9단에게도 자주 졌는데 이제 우승한 만큼 여유를 갖게 돼 성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9단은 어려서부터 바둑을 좋아했다. 다섯 살 아들을 바둑계로 이끌었던 아버지 김호성(55·전남대 공대 교수)씨는 “그간 지석이를 가르쳤던 분들의 공이 헛되지 않게 돼 고맙고 한국 바둑이 무관(無冠)을 떨쳐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치문(66) 한국기원 부총재는 “한국 우승에 대한 팬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한국 바둑의 저력은 여전히 좋다. 최근 2년의 부진을 떨쳐내려는 노력이 중요했다”며 “김 9단은 본래 천재지만 이제 박정환 9단과 함께 한국을 이끌어갈 재목임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20세 성년이 되는 삼성화재배는 제한시간 각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의 대회다. 누적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5회, 일본 2회다. 우승상금은 3억원(준우승 1억원).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한다.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한다.



◆김지석 9단=1989년 광주광역시 출생. 2003년 입단했다. 2009년 제5기 물가정보배 우승 이후 국내 기전 우승 통산 4회. 현재 한국 랭킹 2위. 2012년 박민정(28)씨와 결혼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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