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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경기고의 부활엔 진학의 신 있었다

중앙일보 2014.12.10 00:03 Week& 3면 지면보기
오전 6시30분. 서울 강남구 경기고 이만석 교사의 출근시간이다. 이번 겨울 들어 체감온도가 가장 낮았다는 2일에도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학교에 나타난다. 수업 시작 전 1~2시간 동안 대입 관련 뉴스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교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의 인터넷 포털 검색 창에 ‘2015학년도 대학입시’ ‘입시 전략’ ‘정시 모집’ 등의 키워드를 하나씩 쳐넣는다. 이렇게 뽑은 자료는 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꼼꼼히 읽는다. 그가 진학 지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8년부터 줄곧 해오는 일이다. 수시로 바뀌는 데다 난수표 같은 대입의 맥을 짚어내는 비결은 여기서 나왔다.


[수업의 신] 이만석 경기고 진학담당(국어) 교사

“올해는 ‘물수능’이라 눈치작전이 더 심할 거야. 원서 접수 마감 4~5시간 전 경쟁률이 진짜니까 참고해.” 이만석(왼쪽) 교사가 3학년 정우철군에게 2015학년도 정시 지원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입 뉴스를 읽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행간의 의미 비교·분석하기다. 대학 입학사정관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활동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거나 “내용이 나열돼 있는 것보다 하나로 모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 숨은 의미 찾기에 몰두한다. ‘활동 중심 평가’는 학생의 행동 변화를 잘 보여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고, ‘하나로 모아지는 게 중요’라는 말은 각 활동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식이다. 또 수능 전문가가 “올해 과학탐구(과탐)가 어려워 질 것”이라거나 “과탐이 변별력을 가릴 것”이라고 하면 그는 학생들에게 당장 “과탐 학습 비중을 늘리라”고 주문한다. 이 교사는 “이런 식으로 입시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게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로 수능 성적으로 합격 여부가 가려지는 정시에서도 전략은 필요하다. 본인 성적을 잘 파악해 보다 유리한 학교를 찾고, 희망 대학과 학과의 지원 가능 점수를 잘 예측하는 거다. 사실 이 방법은 누구나 쓴다. 배치표를 보며 지원 학과를 고른다. 하지만 이 교사는 배치표 대신 ‘참고표’라고 했다. 말 그대로 참고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모든 입시기관에서 발표하는 배치표를 함께 살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교육업체 한두 곳의 배치표만 보고 대학 원서를 넣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점수와 가장 낮은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평균 점수가 자신의 점수와 비슷할 때 해당 대학과 학과에 지원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그의 노하우는 과연 얼마나 성과를 올렸을까.



 경기고는 2014학년도 대입에서 평준화지역 일반고 중 가장 많은 학생을 서울대에 합격시켰다. 최종합격자수 기준으로 23명(경기고 자료)이다. 이는 특목고인 안양외고(17명)와 대전외고(15명), 자율형사립고인 중동고(19명)보다 많은 숫자(박인숙 의원실 자료, 최초 합격자 기준)다. 그는 “나 혼자 힘이라기보다 경기고 교사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했지만 매년 고3 담임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그의 노고가 상당 부분 들어있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3학년 부장을 한 박수천 경기고 학습지원부장은 “학생 맞춤형 모의면접도 주도적으로 진행해 진학률 향상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교사 생활 17년, 이제 각 전형별로 지원 전략을 줄줄 꿰고, 뉴스 속 숨은 의미까지 파악하는 베테랑이지만 사실 처음엔 진학을 전문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초임 교사 시절 신참 국어 교사라 등 떠밀려 고3 자기소개서를 봐주고, 학교 요청으로 방과 후 논술 수업을 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자기소개서·논술전형·입학사정관전형 등 입시에 통달하게 됐다고 한다. 진학지도에 발을 들여 놓은 건 2005년 청량고에서 고3 담임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대입 전형은 지금보다는 훨씬 간단했지만 이 교사는 학부모를 만날수록 한계를 느꼈다. 누구나 아는 대입 정보 그 이상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후 이 교사는 고3처럼, 아니 고3보다 더 열심히 대입전형을 공부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입시 관련 책 읽기였다. 교육청이나 사교육업체에서 발행하는 백과사전 두께의 전형요강 책자도 우선 기본정보를 확실히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와 관련한 시중에 나온 모든 책을 사서 읽었다. 또 선배 교사들에게 귀동냥으로 배우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다른 교사가 학부모와 상담할 때 어떤 얘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있다가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묻고 또 물었다. 뿐만 아니다. 대학이 연합해서 같이 하는 연 5~6회의 입시 설명회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정보를 모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열의를 가진 다른 진학교사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그는 조금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정보를 모았다. ‘모르는 걸 알 때까지’라는 각오로 주변 사람을 괴롭혔다. 학교 동료 교사는 물론 서울진학지도협의회에서 같이 활동하는 다른 학교 교사, 대입 전형 관련 기사를 쓴 기자, 대입 뉴스에 조언한 입시 전문가, 대학교 입학사정관, 입시 관련 책 저자 등 친분이 없어도 궁금한 게 있으면 서슴치 않고 물었다. 신문이나 책을 읽다 궁금한 내용이 나오면 바로 그 사람에게 직접 연락했다. 예컨대 한 입시 전문가가 “올해 정시 경쟁률이 올라갈 것 같다”고 말하면 바로 연락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뭐냐”고 질문하는 식이다. 이 교사는 “뉴스에 나오는 표면적 정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경쟁률이 올라간다는 단순한 현상보다 이유를 파악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올해처럼 ‘물수능’일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는 “사설 기관에서 입시 컨설팅을 받지 말라”고 했다. 현재 교육 시스템상 가장 많은 진학 정보를 쥐고 있는 건 학교 교사라는 주장이다. 또 사설기관 컨설팅은 1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특이한 경우를 일반화해 학부모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합격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학부모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는 의미다. 이 교사는 또 학교 교사와 상담하기 전 준비 사항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이 점수는 어느 대학, 무슨 과에 합격할 수 있냐’는 막무가내 식의 질문보다 미리 자녀와 충분히 대화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와야 효율적으로 상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석 교사



1972년 서울 출생

1990년 한국외국어대 한국어교육과 입학

1997년 서울 광문고에서 교사 생활 시작

2004년 서울 청량고 부임

2008년~현재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활동

2010년~현재 서울 경기고 국어교사



진학 지도법: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참고표(배치표)를 모아 가장 높은 점수와 가장 낮은 점수를 제외한 후 평균낸 값이 학생 점수와 비슷할 때 지원해볼만 하다고 판단. 최근 3~5년간 추이 파악해 경쟁률 예측.



저서: 『자기 소개서로 대학가기』 『입학사정관제로 대학가기』 『합격 자소서 X파일』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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