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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재수생의 수능 만점 비결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중앙일보 2014.12.10 00:03 Week& 2면 지면보기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이에요. 아직도 얼떨떨해요.”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재수생 조희승(18·김포외고 졸)양 얘기다.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만 1등급을 받고 나머지 영역은 2~3등급이었다. 정시모집에서 건국대·숙명여대·홍익대를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그런데 1년 만에 만점이라니, 어지러울 법도 하다. 또 하나의 반전. 만점을 받았지만 서울대는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서울대 필수과목인 한국사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원래 없었어요. 그저 해냈다는 게 저에겐 가장 큰 보상이고 자랑이에요.” 조양의 재수성공기를 들어봤다.

조희승양이 올 한해 공부했던 재수종합학원 교실. 조양은 학원에서만 공부하고 집에서는 푹 쉬었다. 평일에도 매일 하루 7시간씩 푹 잤다. 대신 학원에선 최대한 집중했다. 그가 학원에 가지 않은 날은 학원 대청소날 딱 하루뿐이었다.

조희승양
수능 성적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김포시 풍무동 조양 집을 찾았다. 그의 방 책상 위엔 화장품 몇 개와 평소 즐겨 읽는다는 여행 관련 책과 소설 몇 권이 전부였다. 조양은 “공부는 학원에서만 했다”며 “집에선 늘 좋아하는 소설책 읽으면서 푹 쉬었다”고 했다. 조양의 집 책상은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한 휴식 공간이었던 셈이다. 굳이 이 책상에서 공부의 비결을 찾는다면, 공부만큼 잘 쉬는 것도 재수생활에서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나 할까.

 조양은 여느 재수생과 마찬가지로 재수종합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 저녁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 40분, 씻고 야참 먹고 밤 11시 30분이면 칼같이 잤다. 기상시간은 오전 6시30분. 이렇게 매일 7시간씩 충분하게 잤다.

 사실 조양도 재수 초기에는 불안한 마음에 무조건 새벽 1~2시까지 공부를 했다. “한 달도 안 돼 포기했어요. 다음날 학원 가면 꾸벅꾸벅 조는데, 그거 보충한다고 또 늦게 자고…. 효과는 없고 오히려 악순환만 반복되더라고요.”

 남들 습관에 나를 맞추는 대신 과감하게 내 생각을 바꿨다. ‘잠은 낭비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투자’라고 말이다. 이렇게 발상을 달리하니 거짓말처럼 불안감이 사라졌다. 조양은 “재수 1년은 유혹도 많고 흔들림도 많아 고3 1년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며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간다는 생각으로 공부할 땐 무섭게 공부하고 쉴 때는 푹 쉬는 완급조절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조양에겐 충분한 잠이 바로 그런 완급조절 역할을 했다. “원래 성격이 긍정적이고 무던한 편이에요. 1년 싸움인데 길게 보자고 생각했죠. 무리하지 말고 꾸준하게, 흔들리지 않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지금은 이렇게 속 편하게 말하지만 사실 조양도 마음을 다잡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학에 전부 떨어진 직후에는 엄마·아빠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괜히 죄 지은 것 같고 잘못한 것 같아 재수생이 아니라 ‘죄수생’이 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아빠 조성화(49·회사원)씨와 엄마 문홍숙(47·학습지 교사)씨는 이런 조양을 다그치지도, 그렇다고 섣부른 위로를 하지도 않고 그저 믿고 기다렸다. 심지어 대학에 떨어진 후 한 달을 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월 중순쯤 되자 조양 스스로 마음을 추스렸다. 부모는 그런 조양에게 학원을 직접 알아보고 가장 잘 맞는 학원을 선택하라고 했다. 아빠 조씨는 “어릴 때부터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억지로 시키면 더 싫어했다”고 떠올렸다. 문씨는 “부모 역할은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를 보며 조양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부담이 줄어드니 여유가 생기며 집중력이 살아났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간만 들여 공부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금까지 해온 공부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찾았다. “문제는 많이 풀었는데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조금만 방심하면 오히려 뚝 떨어졌어요. 지난해 수능이 딱 그런 경우였죠. ”

 학원 강사들 조언은 한 가지로 모아졌다. 양에만 집착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국어영역은 문학문제에 취약했다. 문제는 많이 풀었지만 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이때부터 공부방법을 조금씩 바꿔갔다.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문제풀이 양을 줄이고 작품 분석에 들이는 시간을 늘려가는 식으로 말이다. 한 작품 당 20분씩 들여 인물·시간·배경(장소)·갈등구조·감정 5가지는 꼭 확인했다. 조양은 “스토리를 만들듯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예컨대 인물에는 ○, 시간과 배경에는 V, 갈등구조에는 △를 그리며 스토리를 따라가듯 작품을 이해했다. 긍정적인 감정은 +, 부정적인 감정 표현엔 -를 표시하며 마무리했다. ‘○→V→△→±’의 순서로 흐름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작품 전체 구도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수능 기출 문제집 2권에 나온 지문을 10번 반복했다. “5개월 정도 이렇게 반복하니까 그제서야 작품을 보는 눈이 생기더라고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죠.”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팁 하나. 문제를 풀 때 선택지마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는 것이다. 정답과 오답이 왜 그런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찾는거다. 조양은 “틀린 건 왜 틀린지 설명하다보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양은 문제를 풀 때마다 이렇게 정답과 오답의 이유를 모두 찾아 국어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항상 문제 푸는 것보다 이유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전에는 감으로 답을 골랐는데 이 습관을 들이니 따지고 확인하는 버릇이 들더라고요. 실수를 줄일 수 있었죠.”

 영어도 흐름을 중요하게 봤다. 지문의 핵심주제와 근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뒀다. 주제를 찾은 뒤 근거들에 밑줄을 긋고 화살표로 연결시켰다. 지문 구조를 파악하는 거다. 특이한 점은 어휘를 따로 암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하루에 단어를 수십 개씩 외우지만 그는 달랐다. 조양은 “영어는 EBS교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EBS 교재를 볼때 지문 구조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더니 5번쯤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휘는 자연스럽게 외워졌다”고 말했다. 문맥 속에서 어휘 뜻을 유추하는 연습을 한 셈이다.

 부족한 국어와 영어에 신경을 쓰긴 했지만 재수 기간 내내 과목 간 균형에 신경을 많이 썼다.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 간에 치우침이 없이 같은 비중만큼 시간을 투자했다. 이유가 있다. “재수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매달 보는 모의고사 성적이었어요. 어떤 때는 국어를 망쳤다가, 또 어떤 때는 수학을 망쳐요. 그때마다 망친 과목을 보완하겠다고 그 과목만 파고들면 이도 저도 아닌 맹탕이 돼버려요.” 모의고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 실력은 실력 대로 안 쌓이고, 불안함만 계속 커진다는 얘기다. 사실 조양은 이미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고1 때 수학 성적이 6등급까지 떨어졌을 때다. “충격이었죠. 그 뒤로 2학년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학에만 쏟았어요. 다행히 수학 성적은 올랐는데 국어가 흔들린 거예요. 결국 수능에서 국어가 3등급까지 떨어졌고요.”

 재수 1년 동안 조양이 꼭 지켰던 원칙은 또 있다. 잠들기 전 하루 공부를 정리하는 10분이다. 매일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 그날 배운 단원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몇 줄로 정리하고는 잠들기 전 10분 동안 이걸 가볍게 눈으로 훑는 거다. “수업 전후 5분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 효과랑 똑같은 거예요.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 

 EBS교재에만 목 매달면 안 된다는 조언도 했다. “EBS 교재에 매달리는 순간 문제를 외우려하기 때문에 겉만 핥는 공부가 돼버려요. 수능 기출문제를 철저하게 이해한 다음에 EBS 교재를 봐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기출문제로 실력을 확실하게 쌓은 다음에 EBS교재는 배운 개념을 적용하고 훈련하는 용도로만 활용하라는 것이다.

 한 번쯤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제안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끝까지 지치지 않는 거예요. 재수 초기엔 의욕적이었다가 금방 지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자신에게 적당한 공부량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점검하고 조금씩 늘려가야 공부를 습관으로 만들 수 있어요.”

만점을 받은 수능 성적표.

책상 위 교재
(모든 과목에 학원 자체 교재 포함)


국어: 자이스토리 문학·독서(수경), 리얼 5개년 기출 문제집(입시풀라이), 수능특강·수능완성·N제·인터넷수능·(EBS) / 수학: 자이스토리 수Ⅰ·미적분과통계기본(수경), 수능다큐 수Ⅰ·미적분과통계기본(신사고) / 영어: 수능특강·수능완성·N제·인터넷수능(EBS) / 사탐: 한국지리·사회문화 수능특강(EBS), 한국지리·사회문화 리얼 3개년 기출 문제집(입시플라이)

엄마의 즐겨 찾기

●중앙일보 열려라공부 (joongang.co.kr/gangnam),
●재수종합학원 입시 설명회 1회 참석


글=정현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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