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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은 수능이라면

중앙일보 2014.12.08 00:04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홍준
논설위원
올해 수능이 물수능이라고 하지만 만점자는 불과 20여 명이다. 상위 0.005%. 입시란 사다리의 최정점이다. 그런데 인문계 만점자 중 한 명인 부산 대연고 이동헌군은 “현재 입시에 불만이 많았다. 이런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모순된 시스템을 깨기 위해 자신이 2학년 때 시스템의 꼭대기에 오르겠다고 결심을 했고 이제 성취했으니 초심을 잃지 않게 지켜봐 달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최소한 만점자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여지없이 깨졌다. 그들도 실패할까 불안했다. 그래서 보험을 들 듯 수시모집에 여러 장 원서를 냈다. 올해 수능 만점자 안양 백양고 이혜원양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는 고려대·연세대 수시모집에 떨어지고도 학교생활기록부 등 서류만으로 전형하는 성균관대 수시모집에선 합격했다. 이를 두고 성균관대가 수능 성적 발표 후 며칠 뒤 합격자를 발표한 이유가 이양처럼 수능 고득점자를 수시합격자로 납치하듯 데려가기 위한 꼼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보더라도 최정점에 오른 사람 역시 살인적인 경쟁에서 승리했다기보다는 실패를 면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수능이란 시스템을 혁파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수능 자체에 있다. 이 시험은 본질적으로 대학이 줄 세워 뽑게 해주는 변별 도구다. 그러다 보니 선호하는 대학에 들어갈 소수를 변별하는 시험에 모두가 달려들어 지지고 볶다가 들러리 서고 있는 셈이다.



 수능은 시대착오적이다. 문제 오류 하나로 수능 사다리에 매달린 59만여 명 모두가 흔들거릴 정도로 위험천만하며, 소수를 위해 다수가 밑을 깔아주는 시험이어서 다수가 가진 저마다의 재능을 엉뚱한 데 낭비케 한다. 단 한 명의 에너지라도 모아야 할 시대에 1등부터 59만 등을 줄 세우는 이런 시험이 과연 걸맞을까. 정부가 나서 친절하게 변별해주는 시스템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 기능을 대학에 넘겨야 한다.



 수능이 필요하다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만 가리는 시험 정도면 충분하다. 고교가 기록한 교과와 비교과 성적, 수능 인증, 심층면접 등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발케 하자는 얘기다. 그럼 대학이 본고사를 친다고? 이런 이유 때문에 모순된 시스템을 깨지 못했다. 하지만 입시 책임을 온전히 대학에 지게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편으론 집단 소송을 벌이는 수험생에게, 한편으론 각종 제재를 가하는 정부 앞에서 대학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강홍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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