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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걸그룹의 나치 복장, 무지는 변명이 안 된다

중앙일보 2014.12.08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팀 알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 캄’ 편집자
2014년은 K팝에 매우 성공적인 한 해였다. 수많은 한국 가수가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남미, 유럽을 넘나들며 콘서트 매진사례를 기록했고 각종 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올 한 해 K팝의 마무리는 다소 유쾌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 세계 미디어가 프리츠라는 걸그룹이 부산 경마공원의 행사에서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입었던 군복과 흡사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것을 보도했다. 검은색 상하의와 나치의 스바슈티카, 즉 만(卍) 자 문양처럼 보이는 빨간색과 흰색의 완장으로 이뤄진 그 의상은 1200만 명을 학살한 잔인한 나치의 친위대인 SS가 입었던 군복을 연상케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의 르피가로, 영국의 데일리메일, 심지어 독일의 디벨트까지 각국을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들은 일제히 이 걸그룹에 대해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다뤄졌다.



 이러한 대중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소속사 팬더그램은 그들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더그램은 프리츠가 문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또한 그들은 의상이 나치 유니폼과 흡사한 것은 단지 우연이며 완장의 검은 십자가는 사방으로 뻗어 나가 소통과 화합을 하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나치를 추종하지도 않는다. 여러분과 똑같이 싫어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증거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론 소속사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룹의 이름이 프리츠(Pritz)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 나는 이것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받아들이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Fritz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독일군을 지칭하던 일종의 슬랭이었다. 설령 이들이 나치의 군복과 비슷한 의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그룹의 이름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만한 부분이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그룹 때문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올해 초 나는 SBS 인기가요에서 아이돌그룹 ‘스피드’의 멤버 한 명이 가운데 흰색 둥근 패치가 들어 있는 붉은 완장을 차고 나치의 유니폼과 흡사한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패션잡지 쎄씨에서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스바슈티카 위에 독수리가 앉아 있는 문장이 달린 모자를 쓴 화보를 볼 수 있었다.



 맞다, 그것은 아마 무지가 초래한 작은 사고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걸그룹에 나치 유니폼과 흡사한 의상을 입혀 내보낸 팬더그램의 행동 또한 아마도 잘 몰라서 생긴 실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은 20년 혹은 30년 전의 한국과 너무나 다르다. 이제 이곳에는 많은 외국인 기자가 상주하고 있고, 그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눈과 귀를 열고 있다. 심지어 프리츠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그룹의 실수 같은 작은 것도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유대인에 대해 나쁘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항상 한국 사람들에게 내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유대인들, 흑인들 그리고 다른 소수 인종들이 나치의 상징을 봤을 때 어떤 수준의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유럽과 북미, 남미에서는 오직 극도의 극우파와 백인 우월주의자들만이 나치의 상징을 사용한다. 일부 패션디자이너나 뮤직 프로듀서에게 이러한 심벌이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그런 심벌은 인종에 대한 편협함과 증오의 상징이다. 또 홀로코스트 동안 나치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우리의 가족과 친척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나치의 상징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이 매우 의아하다. 과거 한국에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나치는 한국에서 미움을 받는 존재여야 한다. 1930~4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은 독일의 나치였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일본군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던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국인을 극악무도하게 살해한 난징 대학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런 행위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일본인 아닌 사람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노예로 삼고 살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소수 인종들을 대하는 나치의 그것과 똑같다.



 내 생각에 나치 패션은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면 그들은 한국이 일본에 의해 노예가 되고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는 것에 기꺼이 동조했을 것이다. 아마 한국은 아직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 있을는지도 모른다. 나치의 상징은 한국 사람들에게 욱일승천기만큼이나 혐오스러운 존재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교육 수준이 여섯째로 높은 나라다. 이렇게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무지는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팀 알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 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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