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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연출가 제리 미첼
비결을 묻는 우문에 그는 현답을 들려줬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마치 야구를 하는 것과 같아요. 홈런을 칠 수도 있고 삼진을 당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즐기느냐 입니다. 우리에겐 좋은 스토리가 큰 힘이 됐죠”. 역시 즐기는 사람을 당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품에 성적 소수자가 많은 이유도 물었다.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대답이다. 어려운 상황이나 힘든 처지에 있는 인물이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국가나 문화, 세대를 막론하고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드렉 퀸의 이색 퍼포먼스에 눈길이 가지만 종국에는 ‘사람’이 주는 이야기에 감동받게 되는 이 작품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유난히 ‘힐링’ 받았다는 평가가 많은 것도 물론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대담에서는 신디 로퍼와의 공동 작업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처음 작곡을 제안하려 전화를 걸었을 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설거지’라는 답변을 들려줬다는 후문이다. 결국 신디 로퍼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뮤지컬 작곡가로 데뷔를 했고, 여성으로는 최초로 토니상 작곡상을 단독 수상하는 역사를 남겼다. 특히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었다(Not my father’s son)’라는 뮤지컬 넘버는 그에게 큰 영감을 남겼다는 뒷이야기도 덧붙였다.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감동이 있다는 설명이다. 관객들의 눈물을 가장 많이 자아내는 장면의 음악이기도 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이해함으로써 함께 행복해진다는 주제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울림이다. 비단 성소수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리걸리 블론드’의 ‘엘 우드’는 금발은 멍청하다는 편견을 극복하는 인물이고, ‘풀 몬티’의 벌거벗은 중년들은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실업자지만 주저앉지 않고 이를 극복해내는 인간 승리의 캐릭터들이다. 유난히 ‘다툼’과 ‘싸움’이 많았던 2014년의 대한민국에도 그의 작품이 주는 치유의 메시지와 감동은 결코 적지 않을 것 같다.
글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사진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