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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핀테크 기업 성공 비결도 고객 받들기

중앙일보 2014.12.05 00:30 경제 10면 지면보기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 자산운용 대표
한국 금융에 핀테크(FinTech)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핀테크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다. 하지만 최근 첫선을 보인 SNS 뱅킹 서비스와 함께 이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세계 핀테크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2008년 9억 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30억달러로 늘었다. 앞으로도 연간 30% 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각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금융강국인 미국과 영국은 물론 후발주자 중국도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핀테크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규모 신생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핀테크 중심지인 런던에는 핀테크와 관련된 약 1800여 개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미국의 소액대출업체 온덱(Ondeck)이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일반 은행처럼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절차는 훨씬 간단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수많은 서류를 작성 해야 하고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린다. 그러나 온덱에선 대출 심사가 단 몇 분 만에 끝이 난다. 이 회사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를 심사할 때 은행 거래내역과 현금 흐름 외에 SNS의 댓글이나 평점까지 고려한다. 돈은 다음날 입금된다. 덕분에 온덱은 지난해 약 9000억원을 대출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의 피도로(Fidor) 은행도 독특하다. 2009년 설립된 이 은행은 고객들이 정형화된 상품보다 자신이 직접 참여한 맞춤형 상품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를 사업 및 은행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은 페이스북으로 계좌 개설과 송금·이체 등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 또 피도르 은행 홈페이지에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와 서비스 개선사항들에 대해 글을 올릴 수도 있다. 만약 자신이 올린 아이디어가 다른 고객들의 추천을 받거나 실제 상품 아이디어로 당첨되면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 이처럼 고객과 은행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마치 친구처럼 자유롭고 편하게 소통하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온덱과 피도르 은행의 사례는 핀테크 기업의 성공비결이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혁신적인 기술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게 아니라는 의미다. 온덱과 피도르은행이 사용하는 기술 중에서 새로운 건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이들은 고객이 금융회사에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했을 뿐이다. 핀테크 기업하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혁신적인 기술이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고객 배려’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다.



 한국 금융회사 중에도 이미 고객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 회사가 여럿 있다. 사실 금융산업에서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수단을 핀테크라 부를 수 있다. 국내 한 유명 증권회사는 딱딱하고 어려운 투자정보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인포그래픽과 만화·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도 어렵고 딱딱한 금융 정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운용업계에선 처음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글로벌 시장 동향과 다양한 투자 정보를 보내고 있다. 모바일·스마트폰 시대에 투자자에게 가장 친숙한 경로를 통해 다가가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핀테크라고 부를 수 있다.



 성공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만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 그들이 금융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진정으로 고객을 배려한 서비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핀테크는 앞으로 한국 금융업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핀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고객 배려를 키워드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 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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