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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없어서인가, 저능아인가 … "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중앙일보 2014.12.04 01:10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자리 배치도를 그리며) 여기 누구야 걔? 이름이 코스타인가? 녹음하는 애.”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박현정 대표가 9월 3일 직원 10여 명이 모인 회의에서 한 말이다. 녹음 파일이 2일 공개됐다. 여기서 ‘코스타’는 코스타 필라바키(63). 음반회사 유니버설뮤직그룹의 부사장이다. 서울시향은 2011년부터 이 회사와 함께 도이치그라모폰 음반 7장을 발매했다.

 달력을 좀 더 앞으로 넘겨보자. 8월 27일 서울시향은 런던에서 연주했다. 공연 후 오케스트라는 물론 음반 회사, 매니지먼트사 등 관계자들이 모여 만찬을 했다. 이때 자리 배치가 잘못됐었다는 내용으로 직원들을 불러 다그치는 것이었다.

 코스타 필라바키는 1970년대부터 활동해 국제 음악계에서 알아주는 이름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입을 통해 ‘녹음하는 애’가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홀트의 직원은 “이상한 ○○들” 신세가 됐다. 또한 만찬은 “지네끼리 앉아서 처먹고 신나게 떠들고 지랄한” 것이 됐다.

 2일 서울시향 직원들이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 중 한 대목에 따르면 박 대표는 만찬 이후 한 직원에게 e메일을 쓰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거기에 앉아있던 이유는 뇌가 없어서(no brain)인가, 저능아라서인가, 오만해서인가.’ e메일 수신인은 아스코나스홀트의 직원들이다.

 다행히도 e메일은 발송되지 않았다. 지시를 받았던 직원은 “어떻게 보내나…”하고 말을 흐렸다. 대신 직원들은 대표의 언행이 옳지 않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올 초 퇴사한 한 직원은 “대표 임기가 3년인데,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막말 논란이 일자 박 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갑자기 취소했다. “명예훼손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공지를 남겼다. 그리고 “2~3일 내에 반드시 (기자회견 개최를) 재공지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연다면 자신이 그런 언행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힐 가능성이 크다.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랬다면 (직원들이) 바로 반박을 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 직원들이 왜 이럴까. 한 직원은 기자에게 “직장 잘릴 각오하면서 없는 얘기 만들어내는 ‘을’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고 했다. 그는 또 “직원 개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가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음반회사·매니지먼트사·후원회와 관계가 악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한 판단은 쉽게 내릴 수 있다. 박 대표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고, 직원들이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된다. 녹음 파일은 직원 여러 명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말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그 중엔 이런 내용도 있다. “내가 살짝 광기 같은 게 있는 걸 내가 안다. (성격에) 진짜 진폭이 크다. 그리고 그게 단점인 것도 안다.” 서울시가 대표를 선임할 때 어떤 식으로 검증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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