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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시견 … 내게 짖지 말라고 할 사람은 대통령뿐"

중앙일보 2014.12.03 02:09 종합 5면 지면보기
조응천 전 비서관
본지는 ‘정윤회 문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문건 유출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기 때문인지 조 전 비서관은 접촉을 꺼리다 설득 끝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통화 내용을 인터뷰로 정리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난 박지만 오더 따를 사람 아니다
박 경정은 내가 가진 날카로운 이빨
문건 유출 조사받았지만 증거 없어
그런데도 우리가 나쁜 놈 돼 억울"

 그는 박지만 EG그룹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나는 박 회장의 부하가 아니며 그가 무슨 오더(지시)를 내린다고 그대로 따를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직자들의 비위 등을 감찰하는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했다. 내게 짖지 말라고 할 사람은 오직 대통령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문건 유출 사건의 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나와 박관천 경정이 아주 나쁜 놈이 돼 버렸다. 내가 정권에 참여하면서 가졌던 도덕성·정당성·순수성이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순수한 의도가) 변질돼 (문건을) 빼낸 것처럼 돼버렸지 않나.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이다.”



 -당시 상황을 있는 대로 말하는 게 낫지 않나.



  “말 한마디 잘못하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 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여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당신을 박지만 회장 사람이라고도 한다.



 “나는 오직 대통령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밖에서는 과거 일 때문에 자꾸 나와 박 회장을 연결시킨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1994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될 당시의 담당 검사였다.)



 -현재 박 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처음 만날 때 관계가 그렇다 보니 박 회장이 나를 쉽게 보지 않는다. 다소 껄끄럽게 생각하는 면도 있다. 나 역시 박 회장이 오더를 내린다고 그대로 따를 사람도 아니다.”



 -비서관으로 있을 때 내부 갈등은 없었나.



 “우리가 하는 일을 불편해하는 인사들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쳐 충실히 일을 수행했다.”



 -당신에게 박관천 경정은 어떤 사람이었나.



 “박 경정은 내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이빨이었다. 박 경정이 청와대를 떠난 후 그 이빨이 사라진 것이니….”



 -4월 2일 내부 문건 유출을 청와대가 인지한 후 자체 조사는 없었나.



 “일부 보도에 보면 내가 ‘무인기가 가져갔나’라고 말했다면서 적당히 덮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우리는 민정비서관실로부터 굴욕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2월에 나간 박 경정이 유출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가 문건을 유출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5월 말, 6월 초 제3의 인사가 유출했을 가능성이 민정수석실로 보고됐다는데.



 “당시 그런 내용이 민정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재조사는 없었다.”



 -왜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나.



 “이미 박 경정이 유출자로 지목돼 윗선으로 보고가 됐는데 이를 뒤집는 조사가 쉬웠겠는가. 또 그때는 내가 청와대를 떠난 후여서 다시 조사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 그래도 정확히 파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내가 하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쪽 입장에서는 내가 찍혀 나갔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지 않았을까.”



 - 문건을 두고 찌라시라는 등 진위 여부가 논란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한 것은 대부분 수석과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찌라시 내용을 윗선에 보고하겠나.”



 -당시 문건 유출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나.



 “ 정확하게 보고되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 만약 대통령께서 아셨다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을 것이다. ”



 -대통령이 모르는 일도 있나.



 “대통령이라고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홍경식 전 민정수석도 대통령 독대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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