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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구단주가 무너뜨린 성남FC의 감동

중앙일보 2014.12.03 00:05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지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이재명(50) 성남시장이 촉발한 ‘프로축구 판정 비판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 달 28일 이 시장이 SNS를 통해 “부당한 심판 판정 탓에 성남FC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 1일 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이 시장의 상벌위원회 회부를 결정하자 그는 2일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성남FC의 구단주이기도 한 이 시장은 “프로연맹이 K리그 경기규정 36조(경기 후 경기장에서의 인터뷰) 제5항(심판비평금지)을 근거로 심판에 대한 비평을 금지했지만, 이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연맹이 징계를 강행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서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주에게 징계가 내려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단주도 징계의 대상이 된다. 지난 5월 미국 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 구단주 돈 스털링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가 자리를 잃었다. 2008년 스페인 프로축구 카타니아의 피에트로 로 구단주는 조세 무리뉴 당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에게 폭언한 뒤 40일 자격정지를 당했고, 벌금 1만5000유로(약 2700만원)를 냈다.



 이 시장 말대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이에 동의하는 축구계 인사들도 이 시장을 모두 지지하는 건 아니다.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판정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는 규정은 2011년 10월 프로연맹 제3차 이사회에서 만들어졌다. 경기에 패한 팀 감독들이 판정 탓을 하느라 리그 분위기가 흐려지자 연맹과 구단들이 함께 룰을 신설했다. “연맹이 구단의 입을 막고 있다”는 이 시장의 주장은 전후관계를 무시한 것이다.



 이 시장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 시장은 SNS에서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리그 운영은 축구계를 포함한 체육계를 망치는 주범이다.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가 얼마나 한국 축구의 발전을 가로막는지 실제로 경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증거 없이 ‘불공정’, ‘부정행위’, ‘승부조작’ 등의 단어로 K리그를 깎아내렸다. 기자회견에서 이 사장은 “글은 읽기 나름이다. 알아서 해석하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 시장은 ‘불의와 맞서는 투사’의 이미지를 얻은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2일 홍준표(60) 경남도지사가 “성남 구단주를 징계하겠다는 연맹의 처사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원사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성남은 올 시즌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는 어려움속에서 FA컵에서 우승했고,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선수들이 만든 감동을 구단주가 무너뜨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송지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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