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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후준비 넋 놓고 있지 않나요

중앙일보 2014.12.02 00:48 경제 11면 지면보기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부사장
얼마 전 필자가 속해 있는 회사가 미국 본사와 공동으로 노후와 관련한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멕시코, 한국, 대만 4개국의 은퇴자와 은퇴예정자 3100여명을 조사해보니, 노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행복한 노후 신뢰지수’가 한국은 20점(100점 기준)이었다. 멕시코(57점), 미국(37점), 대만(33점)에 이어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낮다. 노후에 대해 느끼는 정서도 멕시코와 대만은 “희망”, “기대감” 등 긍정적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우울” “두려움” “비관적” 등 부정적 감정이 두드러졌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먼저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너무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 모두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정책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심리와 문화적인 요인도 한 몫 하는 거 같다. 조사에서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현재의 삶 만족도가 F등급으로 나타났는데, 재정적인 문제 외에도 상당수가 사회, 공동체, 가족 등과 단절되었다는 느낌에서 오는 정서적 공백이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미국 은퇴자들은 초등학교 골프코치, 이민자 대상 영어교사 등 소소한 일거리를 갖거나 자원봉사와 스포츠 레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데, 이런 활동들이 노후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증진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정적 건강을 꼽았다는 점이다. 현실적이며 솔직한 답변이다. 4개국 은퇴자와 은퇴예정자들은 입을 모아 재정적, 건강이 행복한 노후에 기여하는 바가 정서적, 신체적 건강 못지 않게 크다고 했다. 예기치 않은 의료비용과 간병비나 요양비를 감당할 수 있고 노후의 삶을 내가 바라는 대로 즐길 수 있으려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사 대상자 모두 노후준비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3명 중 1명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후 대비 관련 정보를 금융 전문가가 아닌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얻는다는 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전문가와 노후계획을 논의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의 은퇴예정자는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5명중 1명인 미국의 절반 이하다. 100세 시대가 오래 사는 리스크(위험)에 노출된 사회라면, 우리사회의 위험불감증은 노후준비에도 예외가 아니다



 행복한 노후는 우리에게 요원한 꿈인가. 노후 준비는 어느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선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은퇴 이후의 노후 생활이나 대비에 대한 어려움을 가족과, 사회, 그리고 금융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은퇴 이후의 노후에 대한 대비는 쉽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준비한다면 행복한 노후를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有患)이다.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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