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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지금이 핀테크 생태계 구축할 때

중앙일보 2014.12.02 00:46 경제 11면 지면보기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모바일 기술의 발전이 금융거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뱅킹 고객 수가 4559만 명으로 빠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인터넷뱅킹 전체 등록고객 가운데 모바일뱅킹 고객 비중이 56.9%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인 ‘핀테크(FinTech)’가 주목 받고 있다. 핀테크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IT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 클라우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모바일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기존 금융거래 문제의 대안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금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가장 각축이 치열한 분야는 전자결제시장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미 핀테크 기술을 이용한 전자결제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페이팔’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페이팔로 결제된 금액은 180조원에 달하며,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애플의 ‘애플페이’ 등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특히 핀테크는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벤처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관련 분야에만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졌으며, 투자증가율 또한 기존 벤처투자를 크게 웃돌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3000개가 넘는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기존 대형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의 영역이었던 금융 분야의 혁신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우리나라에도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벤처기업들이 사업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다음카카오의 뱅카 서비스가 핀테크 대표 주자로 꼽힌다. 또 삼성과 네이버 등도 속속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금융기관과의 제휴기반이 약하고, 무엇보다 IT와 금융산업 간의 칸막이 규제와 과도한 정보 보호 및 ‘공인인증서’로 상징되는 낡은 관습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핀테크 관련 기업은 혁신적인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개발하고도 금융당국의 인허가에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을 소모하거나 규제 일변도인 금융정책으로 인해 사업의욕을 잃고 중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자결제시장을 외국계 IT기업이 잠식해나가고 있는 현 구도를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주도권은 물론 통화주권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벤처 업계의 성장 동력이자 금융 주권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모두 합심하고 ‘핀테크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핀테크의 활성화를 막고 있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개혁이다. 영국 정부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업무감독청(FCA)에 핀테크 지원전담조직을 운영하며 핀테크 관련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금융으로의 도약을 위해 핀테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를 개소한 것은 늦었지만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는 혁신과 환골탈태의 전향적인 자세로 정부 금융 당국자들이 분발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인터넷 기반의 핀테크 분야에서만큼은 선 실행 후 규제의 방식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봄이 어떨까 한다.



 산업계에서는 금융서비스와 IT산업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금융업계의 스타트업 투자 및 적극적인 업무제휴를 통해 금융업계의 선진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현실은 일부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제공하는 송금과 소액결제에 머무르고 있어 세계적인 금융분야 혁신의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금융기관들이 사업성이나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전 세계적인 핀테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그 여파는 벤처 성장의 어려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기존 고객을 글로벌 IT기업에게 뺏기고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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