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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리디아 고 합격시킨 고려대, 스타면 다 되나

중앙일보 2014.12.01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성호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달 24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끝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대회에서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17)와 그의 가족, 에이전트를 만났다. 국내 대학 입학설이 돌던 리디아 고가 매우 똑똑하고 학업 의지가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 대학에 입학해 수업에 출석할 의지는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흘 후 리디아 고가 고려대에 합격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고려대는 리디아 고의 집이 미국이고, 투어 생활 때문에 한국에 있는 학교에 거의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복수의 골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려대가 먼저 리디아 고와 접촉해 스카우트했다. 그래서 리디아 고의 합격은 수업을 불참해도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고려대의 허가 선언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국내에서 많은 연예·스포츠 스타가 출석을 거의 하지 않고 졸업장을 받았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씨는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러나 수업을 안 받고 대학을 졸업한 유명인이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연예인 특례입학 문제가 불거지자 스타 배우인 천송이(전지현)는 수업에 참가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현실 속의 스포츠·연예 스타들도 여론의 눈치를 보고, 때론 죄의식 속에서 수업에 빠졌을 것이다.



 고려대는 학칙상 교수가 인정하면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리포트 제출 등으로 출석 대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온라인 시대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공부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 참가를 전제로 한 대학 졸업장은 ‘공부 방식’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이 일정량의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 평등 장치 역할이다. 병역 불법 면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리디아 고의 시간은 매우 비싸다. 한 주에 16억7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한 사회를 지탱하는 평등이라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리디아 고의 입학은 선례가 되어 이른바 셀러브리티들이 수업 참가 없이 명문대 간판을 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고려대는 영문으로 KOREA라고 쓰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 중의 하나다. 한국 사회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먼저 여론을 돌아봤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주요 대학은 출석 없이 대학 졸업장을 달라는 스포츠·연예 스타의 요구를 거절한다. 타이거 우즈는 프로에 전향하면서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해야 했다. 리디아 고가 국내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외국 명문대에선 출석 없이 졸업장을 주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수업에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없는 유명인에게 대학 졸업장을 줄 준비가 된 걸까.



성호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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